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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Oct 06. 2024

승주를 찾아서2

넌 가족 아니야?

 쾅쾅쾅. 문을 부서질  두드리는 소리에 승주는 눈을 떴다. 순식간에 어두워진 방에 승주는 고개를 두리번댔다. 아마 약을 먹고 바로 잠든  같았다.


“이승주. 안에 있어?”


 익숙한 목소리에 한숨을 내뱉은 승주는 거칠게 거실 옷걸이에 걸린 방향제를 뜯어 부엌 쓰레기통에 넣었다. 전등불을 켜고 터벅터벅 천천히 문을 열었다. 승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명오였다.


“너 때문에 내가 정학 먹을 정도로 애를 팼다고? 착각이 심한 것 같은데.”


 승주는 팔짱을 낀 채로 명오를 노려보며 말했다. 명오는 웃으며 승주의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 자다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명오를 미소 짓게 했다. 승주는 으르렁거리며 머리를 옆으로 제쳤다. 꼭 화가 난 고양이 같네. 명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밥 안 먹었지?”


 명오가 부스럭대며 비닐봉지를 승주에게 보여주었다. 겉면에 굵은 소리로 초밥이 쓰여 있었다.


 먹었는데?”


“아까 앞에서 은월이 봤는데. 너 밥 챙겨달라고 하더라고.”


 은월이란 이름에 승주는 눈빛이 바로 바뀌었다.


정말? 한은월이?  걱정해 줬어?”


“으응, 뭐... 그렇지.”


 승주는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어디서 만났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했어? 명오는 행복하게 쫑알대는 승주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사건 이후 저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 그렇게 좋나? 명오는 괜히 눈썹을 만지작거리며 집에 들어갔다.


어디서 만났냐니까?”


“이거 다 먹고 나면 얘기해 줄게.”


 명오는 자연스럽게 한쪽에 치워둔 책상용 탁자를 펼치고 그 위에 초밥 상자를 내려놓았다. 승주는 아무런 말없이 나무젓가락을 뜯었다. 다른 초밥 없이 연어 초밥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생선  먹잖아. 다른   사 왔어?”


“응. 나 금식이야. 내일 수술이거든.”


 승주가 입 안에 있는 초밥을 간신히 삼켰다. 명오는 중요한 일 아니란 듯이 놀란 표정을 하는 승주를 오히려 더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그걸  지금 말해? 아니, 애초에  왔어? 당연히 여기 왔으니까  퇴원했다거나  안정적인 상태인  알았지.”


“금방 치료될 수 없다는 건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명오는 작은 냉장고 위에 있는 약을 가리켰다. 승주는 얼른 냉장고로 가 약들을 숨겼다.


감기약이야. 그런  아니야.”


“학교에서는 나름 괜찮아 보이던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네.”


 명오는 어서 앉아 마저 먹으란 듯 손짓했고 승주는 괜히 죄지은 느낌이 들어 천천히 명오 앞에 앉았다. 나무젓가락을 다시 들던 승주는 갑자기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혼나는  같지? 지금은 내가 화내야 하는 거잖아. 여기  왔냐고.”


네가   없이 누구를 때릴 애는 아니잖아. 그런 쪽은 오히려 나였지. ,    네가 그런 적이 있긴 하지만.”


“당장 가라고. 내일 수술이라며. 꺼지란 말이야.”


 명오는 턱을 괴고 승주를 바라보았다. 승주는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켰다. 떨고 있었다. 울고 있네. 명오는 씩, 웃었다.


안아주면 화낼 거지?”


죽여 버릴 거야.”


“그럼 좀 죽여줘라.”


 명오는 승주가 앉은자리로 다가가 그를 품에 안았다. 승주의 웃음소리는 아무런 방해물 없이 명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승주는 욕을 내뱉으며 명오를 있는 힘껏 밀어냈지만 명오는 꿈쩍하지 않았다. 쓸모없는 짓이라는 걸 알았는지 이내 승주는 가만히 눈물만 뱉었다. 조금 진정되고 민망한 듯 승주가 말을 꺼냈다.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해서.  더러워졌잖아.”


어차피  들어가서 환자복 입어야 . 아무도  보는 사이 링거 뽑고 도망  거지.”


  없으면 학교 애들한테 연락  . 귀찮게  안부를  나한테 물어보냐고.”


“기분은 좋네. 네가 아닌 척 해도 친한 거 애들이 다 알았나 보지.”


 승주는 명오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다시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명오는 그런 승주를   보고는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청소를 언제 했는지 모를 찐득찐득한 땅바닥, 아무렇지 않게 쌓여있는  무더기. 냉장고에는 물과 남은 배달음식이 다였다. 명오는 혀를 차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부엌에서 나와 옷을 정리해 주려는데 익숙한 달콤한 향기가 나서 잠시 멈추었다. 향기의 근원지는 부엌의 쓰레기통이었다.  안을 살펴보니 고체 방향제가 있었다.    명오가 승주에게 줬던. 명오는  방향제를 가만히 관찰했다. 바로 버렸다면 쓰레기통에 남아있지도 않았을 테고, 이렇게 향기가  리가 없는데.   직사각형 모향이었던 방향제는 형태를 잃고 반쯤 녹아있었다. 성격상 밟거나 부서뜨리진 않았을 거고. 방금까지 사용했나? , 하고 명오가 웃었다. 승주는 진심을 숨기는  재능이 없었다.


 명오는 실실 웃으며 부엌에서 나와 옷 무더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승주의 옷을 하나 둘 개기 시작했다. 승주는 명오와 눈이 마주쳤지만 말리지 않았다. 묵묵하게 식사를 이어가며 툭, 말을 뱉을 뿐이었다.


 들어가지 그래?  인간들이랑 마주치는  내가 싫은데.”


 정도로 나한테 관심 있지 않아.”


뭐가 됐든 가족이니까 신경  수밖에 없잖아.”


“넌 가족 아니야?”


 탁. 승주가 나무젓가락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명오는 똑바로 승주의 눈을 쳐다보았다.


 너랑 가족 되고 싶었던  없어. 그러니까 내가 나온 거고.”


아빠  그리워?”


“나한테 그런 존재가 있었었나?”


 승주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명오는 일어나 승주에게 다가갔다.


  되는데? 내가 말씀드릴게. 같이 살자.”


 먹었으니까 이제 .”


 때렸어. 그것만 말하면 바로 갈게.  그럴  아니잖아.”


“가기 싫음 알아서 해.”


 승주는 뒤에 있는 소파에 누워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었다. 그리고는 명오의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뭐라 말을 하려던 명오는 그만두고 포장 용기들을 비닐봉지에 하나 둘 담았다.


“병원 제대로 가. 진료비는 내가 줄게.”


 아프지 말고. 명오는 한 마디를 끝으로 밖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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