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기하지 않았기에, 설계할 수 있었기에
저는 커피 스승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의 세계는 프랜차이즈 사장이 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선수의 길'도 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안 순간,
제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깨어났습니다.
"나도 한 번쯤,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
그때 스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시려고 하세요?
그냥 메*커피 같은 저가 커피 하세요."
저는 그 의미를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배우면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 스승은 저보다 스무 살 어린 17년 차 로스터였습니다.
나이 순서보다 실력이 먼저인 세계였죠.
제 집요함을 본 그는
대회 입상은 장담할 수 없지만
출전 가능한 수준까지는 진심으로 가르쳐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길을 위해 오랜 공직 생활을 뒤로하고
커피라는 전혀 다른 무대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카페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기계도 고장 나고, 커피는 실패하고,
사람의 감정까지 매일 변수가 됩니다.
그럼에도 다시 커피 앞에 서야 했던 이유—
살기 위해서였고, 생존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어느 날 딸이 뜬금없이 말했습니다.
"아빠 하늘나라 가면, 이 카페 내가 할래!"
순간 말없이 웃었지만
속으로는 먹먹한 감정이 가득 찼습니다.
저는 이 카페를 딸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습니다.
이 일의 무게와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의 인생까지 이곳에 얽히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커피는 아름답지만,
감정·체력·인간관계·생존이 모두 얽힌
정말 사람을 버티게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젊지 않은 나이에 로스팅을 시작했습니다.
정년과 안정된 월급을 버리고,
로스팅 머신의 전도열·대류열·복사열 위에서
새로운 감각을 태우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저에게는 다시 사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브랜드명이 HANDSOMEMADE입니다.
(HANDSOME + HANDMADE)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멋지게 만드는…'
40대 중반에 얻은 귀한 딸의 이름을 지을 때만큼,
이 브랜드 역시 제게는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이 브랜드는 돈만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은 남기기 위해 존재합니다.
가게가 아니라,
아빠가 만든 앱과 책,
무너진 집중력과 감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생존의 도구입니다.
HANDSOMEMADE는
딸에게 물려줄 카페가 아니라,
딸이 자기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감각의 유산입니다.
커피보다 사람, 브랜드보다 생존.
이제야 조금씩 이해합니다.
저는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다시 태어나야 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