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는 사람의 진행형 이야기
“버틴다”는 말이 습관처럼 입에 붙어 있었습니다.
매출은 정체됐고, 동네는 조용했고,
날씨만 계절을 알려줄 뿐이었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을 때면 스스로를 탓하며
“내가 뭘 잘못했지?”를 반복했습니다.
돌아보니, 문제는 커피가 아니었습니다.
단골손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예가체프를 알아봐 주던 분이 말했습니다.
“사장님 같은 분들이 잘돼야 해요. 오래오래 해 주세요.”
제 커피를 좋아해 주시는 분은 줄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치상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어려웠을 뿐입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커피를 지켜내기로 했습니다.
제 커피는 화려한 기교나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철학이 있습니다.
한 잔의 커피가 사람을 치유한다면,
그건 브랜드보다 깊은 ‘설계’의 결과입니다.
예가체프 애호가가 드립 장비를 보고
“커피 장인이시네요”라 말했을 때,
처음으로 제 존재를 ‘설계자’로 받아들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다짐했습니다.
브랜딩보다 설계, 커피보다 사람.
이제는 “버틴다” 대신
“이겨낸다”는 말을 더 자주 꺼냅니다.
수익은 크지 않지만,
마음은 단단해졌습니다.
절망을 디버깅하고,
삶을 리팩터링해 온 이 여정이
누군가에겐 브랜딩보다 강한 언어가 되리라 믿습니다.
요즘 저는 작은 상상을 실현합니다.
제가 볶은 커피가 서울·부산·대전·제주 어딘가에서
추출되는 장면을 그립니다.
이 작은 공장에서 예가체프 향이
도시로 흘러가는 순간을 꿈꿉니다.
그래서 와디즈 펀딩을 통해
드립백과 커피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골손님에 머물지 않는 커피,
누군가의 하루에 스며드는 커피를 위해
조용하지만 단단히 설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마시러
서울에서 찾아오는 팬이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