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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6. 2022

4.4 교사가 힘든 이유, 힘들지 않은 이유

  역지사지라는 단어가 정말 행하기 힘든 단어라는 걸 점점 나이가 먹어가면서 느낀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교사를 이해할 수 없었고, 교사가 된 다음에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피상적인 이해 혹은 경험에 의한 행동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걸 진정한 이해라고 할 수 있을까? 외부 집단이 교직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교육과 교직을 판단하기 때문에 교사 집단은 이에 반발한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모두 비전문가의 말로 흘려 넘기는 것은 교사들의 자기 합리화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주위에서 교사가 힘든 직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교사가 정말 다른 직업에 비해 힘든 걸까?”

  “쉽게 교사 생활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

  “교사가 정말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을에 해당하는 걸까?”


  어쩌면 교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괜찮은 위치에 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아무리 교사에 관해 민원을 넣어도 결국 그 교사의 성적과 처우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학교에 있으며 그걸 관장하는 교사가 학교에서 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럼 교사가 힘든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학교가 교사에게 막연하게 힘든 곳으로 여기고 넘어간다면 교사가 갑으로서 부리는 횡포들이 힘들다는 생각 뒤에 숨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세상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분리되는 곳이 아니다.


  교사가 힘든 첫 번째 이유는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교사는 교육자와 행정가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공무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내가 맡은 학생들의 개별 발달상황에 맞춰 미성숙한 그들의 감정과 행동을 교사의 마음으로 모두 수용하며 내가 가르치는 교과를 교육부와 대학교가 원하는 틀에 맞추어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며, 모든 학교 행사들을 행정업무 지침에 맞춰 완벽하게 처리하되, 공무원의 신분상 불리함을 모두 감당하면서 감사에서 지적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말 교사만큼 아무것이나 걸고넘어져도 모두 넘어질 수 있는 직장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람 한 명이 못할 일과 책임을 주고 기분 나쁘면(이게 핵심이다.) 걸고넘어져서 그 부분만 지적하는 걸 감당해야 하는 직업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의 인식 변화이다. 교사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가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교사는 예전에 돈은 못 벌지만1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존경을 받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교사는 직업이고 잘리지 않는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교사는 국가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서비스직으로 돈을 내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출 필요가 있으며, 학교는 일하기 싫어하는 구태의연한 집단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비단 이것이 교직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일에 대한 내적 동기가 중요한 교직 사회에서 이와 같은 인식 변화는 교사의 열정을 식게 하는 데 충분한 요소이다.2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충분한 장점도 존재한다. 

  먼저 방학의 존재는 너무나도 강력한 장점이다. 평소에 연가를 못 쓰기는 하지만 어떤 직장이 학기별로 한 달 이상을 연달아 쉴 수 있을까. 방학의 존재는 충분한 휴식 기간을 교사에게 제공한다. 방학이 교사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는 아니며 또 온전하게 휴식을 위해 제공되는 시간은 아니지만3 일 년에 두 번의 재충전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교사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두 번째로 교사는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한다는 점이다. 교사 집단만큼 각자의 업무 영역이 존중되는 직업은 많지 않다. 특히 중등 교사들은 본인의 수업에 대해서는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어떠한 외부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이는 교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교실 상황에서 타인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장 상사로부터 자유로운 업무환경이라고 할까?


  마지막으로 장점은 교사들은 내적 동기가 충분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상대하기에 필요 이상의 책임감을 강요받지만 반면 그렇게 중요한 존재들인 학생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이 누군가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곧 교사들이 열심히 해야 할 내적 동기로 이어진다.4


  이처럼 교사라는 직업 힘들 이유와 힘들지 않을 이유가 공존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여기서 교사가 평생 힘들지 않을 기가 막힌 방법이 있다. 정말 이대로만 하면 절대 힘들지 않고 월급을 챙길 수 있다. 학교 일을 안 하면 되는 것이다. 학교에 관심을 두지 않고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애들을 가르치고 업무는 피하고 힘든 일이 오면 그냥 안 하겠다고 생떼를 쓰면 된다.5 그리고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괜히 헛고생하네. 그런다고 뭐 바뀌는 거 없어. 니 몸이나 챙겨.”라고만 하는 것이다. 장담하건대 생활의 만족도가 100%로 올라갈 수도 있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만큼 고무줄 같은 직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디까지 책임감을 느끼고 어디까지를 교육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세상에서 제일 일이 많고 어려운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세상 제일 편한 직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나라의 교육계를 욕하는 교사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거나 아이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을 때 화를 낸다. 언뜻 불평분자로 비칠 수도 있지만 그들의 관심은 학생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들의 화는 가치롭다. 이것이 곧 관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계가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은 꼭 잘 돌아가지 않아서가 아니다.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욕심과 안타까움에서 욕을 하는 것이다.


  교사가 힘든 이유가 있든 힘들지 않은 이유가 있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힘들 때 그것이 아이들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흐르는가, 혹은 편하다고 느낀다면 아이들로부터 도망치고 있지 않은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힘들 때는 우리의 직업이 힘든 이유가 있어서 힘든 것이고 힘들지 않다면 우리의 직업이 힘들지 않을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도 우리의 본분과 목표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내가 어떤 업종의 프로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학생과 교육이며 그런 취지로 이 글을 작성하였다. 변명만 늘어놓는 건 프로가 아니다.




[각주]

1 필자는 대학교 시절 친구와 농구를 하다 지나가던 아주머님이 어떤 과냐고 물어봐서 역사교육과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아주머님은 “왜 교사를 해. 차라리 농사를 지어. 돈 못 벌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발전은 개인의 권리 보장에 긍정적인 개선을 가져왔지만 반면 나의 불편함을 참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민원의 폭증과 교육의 비전문가가 학교 운영에 관여하게 하는 부작용에 일조하였다.

기본적으로 근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41조 연수라는 형태로 출근만 하지 않을 뿐 언제라도 학교의 부름에 응할 의무가 있다.

일반 직장에서 회사의 이익이 나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은 예전에 비해 뚜렷하게 약해지는 것에 대비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직도 흐름이 바뀌고 있지만 여기에서 다루기에는 큰 주제이므로 다른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많은 직장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이면서 극소수만 진급을 하는 교직 사회에서는 훨씬 많은 케이스를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일반인들이 대부분 술안주 삼아 욕하는 나쁜 교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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