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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6. 2022

4.2 교사의 어느 하루

  나의 주변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공립학교 교사인 내가 부럽다고 말한다. 그들은 교사를 방학이 있고, 연금이 나오고,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늦게 출근하여 빨리 퇴근하며, 수업만을 하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절대 편한 공무원이 아니며, 그저 부러워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나의 어느 하루를 소개해 본다. 



  아침이 되면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뜬다. 새벽 6시 30분. “아~~ 출근해야 해” 그런데 나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5분만 더 있다가 일어나자며 나 자신과 타협을 한다. 깜짝 놀라 눈을 뜬 순간, 시계를 보니... 시침이 7시를 향해 있다. 늦었다. 아침 생활지도 담당인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급히 서둘러서 학교에 도착했으나, 평소에 나오지 않으시던 교감 선생님께서 나와 계신다. “이런 우짜지...”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아침 생활지도를 한다.


  온 세상의 근심걱정을 모두 짊어진 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교문으로 들어온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그러나 이 중에도 학교생활규정을 어긴 학생들은 있다. 아무리 마음이 짠~~해도 학교생활규정을 지키지 않은 학생들은 지도해야 한다.

  “교복을 왜 안 입고 왔어?”

  “학교에 두고 갔는데요!”

  “교복을 왜 학교에 두고 갔니?”

  “귀찮아서요”

  “귀찮아? 귀찮으면 규정을 안 지켜도 되는거야?”

  “왜 화를 내세요? 벌점 받으면 될 거 아니예요!”

  이렇게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학생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하며 감정소비를 한다. 아침부터 힘들다. 휴~~


  급히 교문지도를 끝내고 교무수첩을 들고 조회를 하기 위해 교실로 향한다. 교실의 뒤편에는 쓰레기가 날아 다니고, 몇 몇 학생들은 엎드려 있고, 몇몇은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다 자리에 앉자! 자는 사람은 일어나자! 핸드폰은 꺼서 핸드폰 함에 넣자!”

  처음에는 차분하게 말하지만, 학생들이 도통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고함을 지른다.

  “선생님 말이 안 들려?!”

  모든 학생들이 제대로 자리에 앉는데 3분이 걸린다. 출석 체크를 하고, 생활규정을 어긴 학생(지각, 복장 등)들을 지도하고, 전달사항(학사일정, 대회, 가정통신문 등)을 안내하고 있으면 반장이 나에게 한 마디 한다.

  “선생님 조회 시간 끝났는데요, 1교시 미술시간이라서 이동해야 하는데요.”

  황급히 조회를 끝낸다.


  나도 1교시 수업을 위해 교무실로 뛰어간다. 지나가는 학생이 인사를 해도 제대로 인사를 받아 줄 수가 없다. 교무실에 가서 수업 바구니를 들고 교실로 향한다. 아차, 오늘 수업시간에 나눠 줄 학습지를 교무실에 두고 왔다. 다시 교무실로 뛴다. 헐레벌떡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수업을 시작한다. 숨도 쉴 틈도 없이 수업을 하고 나면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진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 교무실로 온다. 나의 책상 앞에는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다.

  “선생님, 00이가 자꾸 괴롭혀요.”

  “선생님, 배가 아픈데 조퇴해도 될까요?”

  “선생님, 저 자리 바꿔주세요.”

  학생들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 나에게 많은 질문과 요청을 한다.

  학생이 가고 나면 전화벨이 울린다. (따르릉~따르릉~) 잠시 머뭇거리지만 수화기를 든다.

  “선생님, 쿨메신저 확인해 주세요.”

  급히 쿨메신저를 확인한다. 읽지 않은 메시지 2~3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먼저 읽어야 할까... 쿨메신저의 첫 줄만 훑어보고 넘긴다. 또 다시 전화기가 울린다.

  “선생님, 나이스 결재 수정해서 다시 결재 올려주세요.”

  이제 나이스 로그인을 한다. 나이스가 열릴 때까지 1분이 걸린다. 1분 동안 미처 못 읽은 쿨메신저를 읽는다. 나이스 미결/협조함 1건, K-에듀파인 결재(긴급) 5(1), 공람 30, 문서진행 5, 발송대기 1, 메모(긴급) 0, 메일 3개가 있다. 급히 결재 문서를 수정하여 결재를 다시 올린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린다. 상담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오셨다.

  “선생님,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잠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든다. 무슨 일이지...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 중에 4교시 수업 시작 종이 울린다. 상담 선생님과 미처 이야기를 끝내지 못했음에도 급히 수업 바구니를 들고 뛰어서 교실에 들어간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급식지도가 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식실로 향한다. 급식실 앞에는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 하다. 줄을 서서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지도를 하는 사이에 ㅁㅁ이가 새치기를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ㅁㅁ이에게 다가간다.

  “ㅁㅁ아, 여기 자리가 너의 자리가 맞어?”

  “네, 맞는데요.”

  “주변의 친구들이 ㅁㅁ이가 새치기 하는 것을 봤다고 하는데...”

  “친구들이 장난치는 거예요. 선생님께서는 제가 새치기 하는 거 못 보셨잖아요.”

  “선생님은 못 봤지만, 너의 뒤에 있는 친구들이 ㅁㅁ이가 새치기 하는 것을 봤어. 계속 거짓말 할 거야?”

  “아씨, 그러면 점심 안 먹을래요.” 

   ㅁㅁ이가 갑자기 급식실을 나가버렸다. 


  급식지도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데 ㅁㅁ이가 걱정이 된다. 새치기는 분명 잘못된 행동이고, 지도해야 할 사항이다. 그렇다고 점심을 안 먹어 배가 고플 ㅁㅁ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ㅁㅁ이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마신 후 일어난다. 교실로 가서 ㅁㅁ이를 찾는다.

  “ㅁㅁ이 어디갔니?”

  “아까 전에 화장실 간다고 나갔는데요...”

  “ㅁㅁ이 5교시 끝나고 샘한테 오라고 전해줘”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서 4교시 전에 못 다한 이야기를 한다. 어김없이 5교시 시작종은 울리고, 고민을 안고 수업에 들어간다.


  6교시는 부서 업무 협의회가 있다. 이번 축제 기획을 맡게 되어 회의 자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이 6교시다. 예상하지 못 했던 일들로 인해 회의 자료를 미처 준비하지 못 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회의에 들어간다. 부장님과 동료교사들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회의는 잘 마무리된다. 7교시는 공강이다. 축제 협의회 업무 회의 자료를 정리하고,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 했던 내용을 교무수첩에 정리하고, 학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아직도 못 본 미결 문서를 확인해야 한다.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면 안 된다. 1분이면 쿨메신저 1개를 확인할 수 있고, 1명의 형성평가지를 채점할 수 있고, 한 학급의 학습지를 복사할 수 있다.


  일과 시간이 모두 끝나고 학급함에 가서 종례 시간에 나눠줄 가정통신문, 교내대회 안내문, 상장 등을 들고 교실로 향한다. 학급함에 있는 문서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함께 읽으며 그제서야 내용을 파악한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담당 선생님께 알아보고 알려주겠다며 얼버무린다. 이렇게 나의 정규 일과가 끝난다.


  이쯤 되면 참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온 몸에 기력이 없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마냥 이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러나 오늘은 방과 후 수업을 해야 하고, 학부모님과 상담이 있다. 숨을 크게 들이 쉬고, 온 몸의 에너지를 짜 내어 버텨야 한다. 이제 하루가, 나의 에너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방과 후 수업, 학부모님과의 상담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입은 옷 그대로 푹신한 쇼파에 나의 몸을 던진다. 나의 머리 속은 오늘 미처 다 하지 못 했던 업무, 교복을 입고 오지 않은 00이, 새치기를 했던 ㅁㅁ이, 상담 선생님과 대화 내용, 학부모님의 고민, 수업에 대한 걱정으로 복잡하지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이렇게 나의 어느 하루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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