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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6.2.2 중.고 28학급, 이제는 학년 체제 어떨까요

  교육활동을 운영할 때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학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소규모 학생 맞춤형 교육활동이 좋다 하더라도 교사 수나 교육 여건이 안 된다면 실현되기 힘들다. 내가 근무했던 재외한국학교 중등부는 부서 체제로 운영되어왔는데 학년 체제로 전환한다면 더 학생 중심의 교육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제안해 보았다.    




  우리학교 중고등부(7~12학년)는 부서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학년 혹은 학교급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그때 한 학년 학급 수는 3~4반이었기에 학년 중심으로 운영을 하면 오히려 학년의 업무 부담이 클 것이다, 학년부장 6명은 과하다(당시 부장 보직 교사는 7명이었다), 담임이더라도 교과는 타 학년을 반 이상 걸치는 경우가 많아 타 학년 교사와의 소통도 중요한데 학년 중심 교무실은 오히려 학생지도에 불편할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맞는 말이다. 게다가 학급 수가 적을 때는 교사 수도 적고 담임과 업무를 함께 맡아야 하기에 부서 중심 학교 운영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는 학년당 4학급 또는 5학급이다. 내년에 7학년은 6학급이 될 예정이다. 이제는 학년 중심 운영에 대해 이야기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생각하는 학년 중심 운영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은 학년의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가 한 교무실을 씀으로써 동학년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부서에서는 나와 옆자리 동료 교사의 수업 학년이 다른 경우가 많아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다. “쌤, 0학년 00이 알아요? 걔가 오늘 수업 시간에...” 하는데 “쌤, 저 0학년 수업을 안 들어가서 그 학생 몰라요.”라고 응답한다면 김이 빠진다. 물론 내색하지 않고 잘 들어주는 동료 교사라 하더라도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기는 힘들 것이다. 또 가끔은 교과 시간에 일어난 학급 일을 해당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할지 말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부서가 다르고 심지어 교무실도 다르면 굳이 그걸 말씀드리러 찾아가야 할까 고민이 된다. 하지만 학년 체제라면 학생들의 소소한 수업 태도부터 동학년 학생들의 이슈 학급 경영까지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에 대한 대화가 훨씬 더 활발해질 것이고 학생들을 파악하고 지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학년 수준과 특색에 맞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우리학교에는 학생들이 다양한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과 활동부터 창체 활동까지 다채로운 활동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업무 담당하는 교사 역시 담임이기에 담임 업무를 하면서 이런 활동까지 학년마다 그에 맞게 기획하여 진행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다 보니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같은 자율활동을 하기도 한다. 업무 담당자가 담임을 맡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하게 한다면 교육활동 운영도 훨씬 더 내실 있어질 것이다. 또 담임들이 역시 학년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지도하는데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이것은 학생들의 작은 공동체 활동의 기반이 된다. 학급은 작은 공동체라 교사가 준비하는 것에 비해 교육 활동이 단촐해지기 쉽고, 학교 단위 활동에서는 아주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기존 우리학교는 학교 또는 학교급 단위의 행사를 많이 기획하여 운영해왔다. 이제는 학년 단위로 학년의 특성을 살리고 다채로운 교육활동을 기획해 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부장회의에 학년 부장이 참석함으로써 업무 담당 부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모든 활동에 학년의 상황을 쉽게 파악하고 이를 참고하여 기획 운영할 수 있다. 또 담임 역시 학년부장을 통해 교육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학년에서 해야 할 일을 협의하여 효율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 있다. 학년 대표가 없으면 학년에서 협조하여야 할 일이 있어도 구심점이 없어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기가 힘들다.

  가끔 각 부서에서 업무를 추진할 때 부서는 부서대로 담임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부서 내에서 기획 진행을 도맡아 하며 애를 쓰고, 담임은 안내만 해주시면 된다는 부서 업무 담당자의 말을 듣고 학생들을 강당으로 보내기는 했지만 뭔가 더 도울 것은 없을까 기웃기웃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처음부터 학년 부장이 회의에 참석하여 업무 담당 부장과 협의를 한다면 협력이 더 쉬울 것이다.


  학년 체제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부서와 학년의 업무 조정도 필요하고 학년 부장이 생기는 만큼 업무부서 부장 조정도 필요하며 또 부서 중심으로 기획 운영해온 교육프로그램 조정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년 체제의 이점은 분명하다. 학생 수, 학급 수가 줄고 있는 한국에서 학년당 3~4학급밖에 되지 않는 학교도 학년 중심으로 많이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재외한국학교 중에서는 우리학교와 규모가 비슷한 00재외한국학교가 학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학교 상황에 맞는 학년 체제를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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