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이 Oct 27. 2022

7.1 열정 충만한 우리학교 선생님들!

  이 글은 내용보다 쓴 목적에 주목해주었으면 한다. 사람들은 내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능력을 100% 발휘하게 하는 건 물질적 지원만으로 부족하다. 내가 여기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주인공이라고 느낄 때 사람들은 안정을 찾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은 조직에서 매우 큰일이다. 우리학교에는 매년 많은 사람들이 귀국하고 또 새롭게 부임한다. 나는 우리학교에서 교사들이 어떤 업무를 맡아 하고 있든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모든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우리학교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에게 가교 역할을 해줄 친목 도모뿐입니다. 그래서 제 어깨가 무겁습니다."


  제가 3년 전 친목회장을 맡던 날 강당에서 선생님들께 드린 인사말의 첫 부분입니다.

  제가 우리학교에 부임해서 좋았던 것은 교직을 돈을 벌기 위해 최소한의 능력만 발휘하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없었던 점입니다. 모든 교사들이 최소한 자기가 맡은 부분에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꿀벌이론1 상황에 따라서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럼 4년 동안 근무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교장.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만큼 열정적으로 근무하고 계신지 우선 부서부터 소개하겠습니다.(소개 순서는 제가 근무한 순입니다.)


  먼저 학교의 버팀목 학생부입니다. 학생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방파제 같은 곳입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권위가 있는 곳, 학교에서 정상적인 일이 아닌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학생부에서는 어떤 일보다 학생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 됩니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대외적으로 드러낼 만할 일을 하는 부서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학교의 근간을 지켜주는 곳입니다. 잘할 땐 당연하고 못하면 욕먹는 그런 억울한 부서이기도 하지요. 학생부에서 오래 근무한 선생님들은 학교 제출 업무 때 지각쟁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불시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저의 다른 모든 일은 올스톱되고 어떻게 하면 규정 안에서 관계자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학생의 잘못한 부분을 고치게 하고, 피해자의 마음을 위로해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생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끔 구박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 우선순위를 구분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학생 관련 사항이 소홀해지는 순간 학생 중 누군가는 상처를 받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외국어교육부입니다. 외국어교육부는 단일 부서로 가장 큰 부서입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인종과 민족이 섞여 있는 곳입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해에 따른 갈등도 항상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특히 한국문화가 중심이 되어 모든 업무가 한국 위주로 시스템화 되어있는 학교의 체제를 문화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온전히, 한국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으로 이해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한국 사람들조차 불합리하고 쓸데없지만 위계질서에 따른 제약과 한국의 정서상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외국어교육부에서는 특정한 일을 떠나 온전하게 외국인 선생님들을 적응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또한 외국인으로 한국학교에서 근무하는 것 역시 쉬운 것은 아닙니다. 이건 우리가 어떤 능력이 있는 교사이든지 간에 베트남 현지 학교로 가서 한글을 가르친다고 할 때 느낄 외로움부터 학생들의 통제까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겪지 않아도 알 수 있고, 그렇기에 일정 부분을 한국인 선생님에게 의지해야 하는 현 시스템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 교무부입니다. 교무부는 그야말로 학교를 운영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무부는 학교를 돌아가게 하는 기초를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교무부의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말 그대로 큰일이 날 것입니다. 전입학 업무가 구멍 나는 순간 이미 전화에 불이 나다 못해 전입학 선생님들의 전화기는 핵폭탄을 맞고 전소되어 갈 것입니다. 교육과정이 구멍이 나는 순간 학생들의 생기부에는 교과목이 적힐 수 없을 것입니다. 수업 시간표가 조절되지 않는 순간 교사는 있어야 할 곳에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생활기록부 원칙이 없어지면 학생들의 진학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교무는 원칙으로 말해야 하고 좀 더 큰 관점에서 학교의 운영을 살펴봐야 합니다. 학교가 돌아갈 수 있게 만들고 또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면 안 되기에 두 번, 세 번 살피고 어떤 부서보다도 보수적으로 일에 접근해야 하는 부서입니다.


  네 번째로 인문사회과학부입니다. 인문사회과학부는 그야말로 일 폭탄 부서입니다. 일단 사회과와 과학과의 주무 부서이자 1년 내내 학생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곳입니다. 보통 정해진 업무만 처리하면 끝나는 다른 부서와는 다르게 거의 모든 시기를 업무에 매달려야 합니다. 업무 역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각종 행사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행사가 치러질 때마다 준비부터 실제 시행까지 많은 심력을 소모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과는 다르게 행사가 치러질 때 외부의 단체와 연계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합니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을 외의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서 행사를 추진하다 보니 예측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새롭게 생겨나 업무추진 과정에서 의외의 장애물이 생기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의 요구 조건들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규 교육과정과 가끔씩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선생님과의 연계성 역시도 고려해야 하는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진로창체부입니다. 창체를 기획하고 진로, 동아리, 봉사, 축제 등을 운영하는 이 부서는 인문사회과학부와 더불어 일 년 내내 지속적으로 학생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서입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은 물론 퇴근 후, 주말까지 학생들과 접촉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부서에서 있으면 학부모회장님, 지역 한인회, 다문화가족협희, 한국문화교류센터, 기아대책 등 다양한 단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주로 학급 단위, 학년 단위로 또는 개인이 실시하는 봉사를 우리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이 부서가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할수록 조율할 것이 많아 일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 이용부터 학생들의 요구, 다른 부서와의 협조, 학부모나 관련 기관 등 외부적 요인까지... 축제가 되면 정점에 이릅니다. 한 달 초근은 기본입니다. 게시판에 활동 기획안 사이로 배달 가능한 식당 전단지가 빽빽하게 붙기 시작합니다. 축제 퀄리티가 남다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요.


  여섯 번째로 진로진학부입니다. 학부모님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서이자 학교에서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유일한 부서입니다. 진학부의 선생님들은 매우 바쁩니다. 각 학생별로 12년의 성과를 정리해서 내보내는 것 자체가 힘들고 꼼꼼함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12학년들의 특성상 심적으로도 많은 압박을 받는 부서이기도 합니다. 12학년은 모든 활동들이 대학 진학과 연계가 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다른 부서와 비교하기 힘듭니다. 또한 1학기에 모든 업무가 완료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강도 높게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2학기에는 입시 결과 발표가 나면 학생들과 함께 기쁨과 아픔을 나누는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합니다.


  일곱 번째, 연구부는 업무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교무부가 학교 업무의 뼈대를 세운다면 연구부는 피와 살을 붙인다고 할까요? 없어서는 안 되지만 살아 숨 쉬는 사람 그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듯 연구부 업무는 잘 한들 빛나는 업무는 아닙니다. 많은 선생님들과 관련 있는 업무라 오히려 작은 실수도 크게 티가 나는 부서입니다. 무엇보다 성적은 어떤 상황에서든 공정성을 요하고 실수나 오류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평가 계획부터 성적 산출까지 섬세함과 꼼꼼함이 필요하며 특히 고사 기간에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연구부에서 그나마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장학과 연수입니다. 장학은 취지를 살리면서도 형식면에서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둘의 균형을 잡기가 힘듭니다. 한편 무슨 업무든 돈 쓰는 업무는 번거롭습니다. 전 교과에 기자재 구입비를 배분하고 한 푼의 오류 없이 꼼꼼하게 확인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남의 돈을 거두어 쓰는 건 더더 힘든데 개인 부담하는 방과후학교 운영도 연구부가 하고 있습니다. 


  여덟 번째로 국제교류부는 해외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독특한 부서입니다. 부서의 특성상 대다수의 일들은 학교 바깥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을 해야 하지만 서로의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차이에 의해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학교 방문과 계획 변경으로 인해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여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교류활동을 하는 동안 준비하고 노력했던 학생들을 실망시킬까 봐 노심초사하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 주신 선생님들께 미안함을 느끼며 업무를 추진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교류활동이 무사히 마무리가 되면 그때서야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습니다.


  담임일로 넘어가 볼까요? 항상 담임을 할 때는 가슴에 돌을 얹어놓고 사는 기분입니다. 35명의 학생들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올바르게 이끌며, 어떠한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1차적으로 책임을 지는 역할입니다. 불가능이라는 걸 알지만 학생들이 엇나갈 때마다 비록 부모만큼은 아니더라도 집에서 쓰린 소주 1병은 까야 잠이 들 정도로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역시 한국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여러 가지 일들을 학교 일보다 우선해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학교의 시설 확장부터 선생님들의 고용과 재계약 등 굉장히 민감한 일들을 주기적으로 처리해야 할뿐더러 재외한국학교가 교민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외부에서 오는 여러 요구들을 검토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에 비해 학교 내부 운영 역시도 더 까다롭고 복잡한 일들이 많아 심력 소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을 뿐더러 교사 개인이나 한 부서가 알지 못하는 많은 조건들을 고려하고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사회 역시 여러 방면에서 올라오는 무수한 의견들을 취합해 학교의 전체적인 방향과 효율적인 운영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업무와 책임이 존재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특히 우리학교의 구성원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업무 만족도를 조사하면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긍정적으로 나타날까요?

  다음 편에서는 교사들이 가지게 되는 불만과 그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난 하버마스의 동기위생이론에 격렬하게 동의한다. 사람들이 일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 100가지를 제거하는 것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 1가지를 준다면 더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사가 열심히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는 내가 학교에서 인정받고 나의 활동이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는 그 사실 하나일 것이다.




꿀벌이론이란 각 집단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꿀벌만 모아 놓아도 그곳에서 다시 일을 하지 않는 꿀벌과 일을 하는 꿀벌로 나뉜다는 이론이다. 거꾸로 일을 하지 않는 꿀벌들을 모아 놓아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전 16화 7.0 재외학교에서 변화를 일궈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