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처음 이곳 재외한국학교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풀이 자란 운동장과 안전하지 않은 체육관이었다. 그래도 풀이 자란 운동장과 안전하지 않은 체육관에서 수업 설계를 잘한다면 안전하고, 의미 있고, 행복이 있는 체육수업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이 허황된 희망이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체육과 협의회를 하며 연간 교육과정을 설계하였다.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가르칠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였다. 체육 수업 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풀이 자란 운동장, 안전하지 않은 체육관, 덥고 좁은 골프연습장이 있었다. 학급당 인원수는 35명 이상, 남녀 합반, 주당 체육수업 시수는 46시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정 설계의 우선순위는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맞추어 체육 수업을 끼워 넣어야만 했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있더라도 교사가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수업 공간에 맞춰서 수업을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현재는 다행히도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좋아졌다. 풀이 자란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깔리고 농구 코트가 생겼으며, 안전하지 않은 체육관은 바닥 보수 공사와 주변 환경을 정리했다. 덥고 좁은 골프연습장은 리모델링을 했고, 1층 수영장을 체육장로 변경하였으며, 신관 5층에는 테니스 코트가 새로 생겼다.
그러나 35명의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소는 2019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체육 수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운동장, 체육장, 체육관, 골프연습장이다. 2022년에는 7학년 1학급, 11학년 1학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주당 체육 수업시수도 56시수 증가하며, 체육교사도 3명에서 4명으로 증가한다. 분명 체육 환경 개선을 통해 체육 수업 공간이 늘어나고 더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마찬가지로 수업 목표와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시간표 작성과 수업 공간 배분을 고민하고 있다. 최소한 체육 수업을 복도에서 실시하고, 수업 장소가 겹쳐서 선생님들끼리 얼굴을 붉히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학교 공간에 대한 고민은 체육교사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2020년 2학기에 학교 공간 배치에 대한 문제로 학교가 시끄러웠다. 학교 건물이 신축되면서 교실, 특별실, 교무실, 회의실 등의 배치로 선생님들 간의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그로 인해서 학교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마음의 상처를 받고, 선생님들의 간의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벌인 사투로 남은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에는 7학년이 1학급, 11학년이 1학급 증가한다.
‘증가하는 2개 학급은 어디로 배치해야 할까?’
학교 공간 혁신으로 인해 2020년 2학기처럼 선생님들 간의 사투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상흔이 남을까 봐 두렵다.
‘그럼 학교 공간 혁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이 우리 학교 모든 선생님들의 고민일 것이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또한 현재의 고민일 뿐 아니라 미래의 고민일 것이다.(2023년 2개 반 증가, 2024년 1개 반씩 증가 예상).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 본다.
1.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할수록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공동체: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위한 '우리학교 공간 혁신 프로젝트 공청회' 개최)
2. 계속적으로 학급이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매년 벽을 만들고 허무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3. 실제적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의견을 묻는다. 중간에 변경되는 내용이 있다면 즉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도록 한다.
4. 회의 진행상황 회의 자료 등을 공개한다.
5. 학생들의 학습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한다. (수업 교실 우선 배정)
위와 같이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나니 부담스럽다. 그리고 공간 배치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담당 부서나 담당 선생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미리 고개 숙여 죄송함을 표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 혁신은 할 수 없더라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공간 혁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