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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7.5 평가, 왜 할까?

  재외한국학교에서 교사 분위기를 가장 살벌(?)하고도 삭막하게 만들고 교사에게 자괴감을 들게 만드는 것 딱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교원 평가이다. 한국과 달리 성과금도 없고, 재교육 연수도 없지만 이 교원 평가에 재임용이 달려있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평가 기준도 없이 상대평가로 실시되고, 결과는 개별적으로 요청해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원 평가는 성과금보다 교사들을 더 분열시키고 학생 학부모 평가보다 더 큰 자괴감을 안겨준다. 교원 평가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1학기 1차 지필고사가 끝났다. 마침 연휴가 이어져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평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학생들은 시험 기간에 자기들만 긴장과 중압감을 느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평가를 주관하는 교사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이다. 평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학생보다 오히려 교사일 것이다.

 

 학생들이 평가에 중압감을 느끼는 이유는 평가가 선별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평가를 통해 우열을 가리고 실제 그 결과가 입시에 반영된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평가의 기능은 학습을 개선하고 학업에 도움을 주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학생들의 학업능력과 부족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이자 다음 수업을 설계하고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평가의 기능을 말한다. 그래서 평가 전에 학생들에게 평가 계획을 공지하여 학습 방향과 학습 내용을 안내하고 평가 후에는 학생들에게 평가 결과를 알려주어 자신의 학습을 점검하고 보충할 수 있게 한다. 교사도 평가 결과를 분석하여 다음 수업을 설계하는 데 참고한다.

 

  학교에서 학생들만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2학기가 되면 교사들은 다면평가를 실시한다. 다면평가는 자기실적평가와 다면평가(동료평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학교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 28조의2 제2항의 별지 서식을 약간 수정하여 평가 양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기실적평가는 서술식으로 되어 있고 다면평가는 초등과 중등으로 나누어 전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자로서의 품성(10점), 공직자로서의 자세(10점), 학습지도(20점), 생활지도(20점),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20점) 항목을 평가하되 상대평가를 한다. 즉 수, 우, 미로 나누고 각각 30%, 40%, 30% 비율에 맞춰 점수를 부여하는데 이 점수를 바탕으로 해서 전교사의 등위를 매긴다. 평가 절차는 우선 자기실적평가서를 먼저 작성하고 누구든 자기실적평가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교무실에 비치한 다음 이것을 보고 다면평가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자기실적평가는 나 자신이 한 해 동안 어떤 교육활동을 했나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동료들을 다면평가할 때는 항상 난감하다. 자기실적평가서를 일일이 보기는 힘들고 같은 부서에 있지도 않고 동 교과도 동 학년도 아닌 교사의 학습지도와 생활지도까지 점수를 매겨 등위를 가리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또 사전에 평가 기준을 공지하지 않고 평가 양식에 평가 항목만 보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소위 느낌적인 느낌으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방식이 평가 대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도 든다. 


  또 교사들은 다면평가 중 알게 된 사실을 비밀로 유지할 것을 서약하고 평가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평가의 목적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이 평가의 목적도 정확히 모른다. 내가 온 첫해에는 이사회가 재임용 심사를 할 때 활용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현재는 모르겠다. 


  평가의 순기능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평가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그 목적을 평가 대상과 공유하며 이를 달성하기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다면평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논의와 공유가 이루어진다면 적합한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한다면 교원 평가가 학교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그해 교사 다면 평가가 없어졌다. 기존의 평가가 목적도 정확히 알 수 없고 방법도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평가에 대한 논의 없이 그냥 없어진 것이 좀 찝찝했다. 분명 평가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사회의 의견만으로 교사가 재임용에 탈락하지 않도록,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의 의견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다면 평가를 활용하는 제도가 갖춰진 학교가 있다는 것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임을 앞두고 후년을 위해 이를 정식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리고 다음 해 한국에서 그 학교에서 교원 평가가 다시 시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원 평가가 학교 교육의 지향을 교사에게 제시하고 타당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시행되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기를 멀리서나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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