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너의 자리가 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난 이 상황을 진작에 알았
그래 이제야 알았다.
내 안에 네 자리가
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난 당연히
내 안의 네 자리가
내 것인 줄 알았고
한참 지난 어느 날
아마 매우 화창했던 어느 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넣어볼까 하는 심상으로
아니
갑자기 찾아온 궁금한 마음에
살며시 엿본 네 자리였는데
그날따라
햇살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시기 시작했고
심술이 난 나는
창가 햇살 잘 드는 네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 비워진 듯하여 급한 마음에
그 자리에 내가 아끼는 내 것을 잔뜩
정돈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가득 넣어 버렸는데
갑자기
그 물건들이 네 것이 되어버리기 시작했다.
어릴 때 늘 안고 자던
내 인형 ‘아름이’가 없어진 것 같은
깊은 절망감에
한여름 소나기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이 멈춘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네 자리를 비울 때부터
난 이 상황을 알았던 것 같다.
내가 아끼는 내 물건에
너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을
그 물건들은 온전한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까지도
그래서일까
네 자리의 내 물건들은
그 자리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네 자리에 동화되었고
그늘진 내 방 구석에 있을때보다
더 화려하고 선명하게
빼곡히 내 안의 네 자리를 꾸며 놓았다.
난 애써 내 물건이 아닌 양
또다시 내 안의 네 자리를 외면해 버렸다.
그래
이제야 알았다.
내 안에 네 자리가
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내 삶이 끝나는 날이 되어도
내 안의 네 자리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