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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Dec 26. 2024

[2024 독후기록 93] 어떤 선택의 재발견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어떤 선택의 再검토(The Bomber Mafia)]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이영래 飜譯, 김영사, 2022년 4월, 볼륨 237쪽(脚註 제외)



성탄절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장인어른 생신이라 가족 식사를 했습니다.  멍멍이들 목욕이랑 산책시키고, 한 시간 걷고 왔더니 오후가 금세 지나가 버렸네요.


말콤 글래드웰의 책입니다.  곱슬머리의 1963년 영국출생.  토론토大와 트리니티大에서 공부하였고 워싱턴포스트 뉴욕지부장인 언론인이자 저술가입니다.  [블링크], [아웃라이어], [티핑 포인트],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다윗과 골리앗], [타인의 해석], [코로나 이후의 세상] 등 이름만대도 알만한 책을 쓰신 분입니다.  제가 믿고 읽는 저자이기도 한데요.  2022년에 나온 이 책은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 어떤 분의 글을 읽다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두껍지 않습니다.  남자들은 전쟁이야기를 좋아한다는데, 전쟁 그중에서도 ‘폭격’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사실 저자는 전쟁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하에서 리더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말이죠.  기술발달과 혁신이 의도했던 방향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데요.  예를 들자면 자동차의 발명이 도심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한 지역에 베드타운을 형성하지만, 정작 차량 증가로 인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에 의해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인간의 바람으로 비행기가 발명되고, 먼 거리를 가깝게 연결하게 되었지만, 전쟁상황에서는 공군에 의한 적군에 대한 폭격이 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파생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2차 대전을 다룬 영화를 보면 당시에는 높은 고도에서 정밀폭격 조준기를 사용해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는데요.  문제는 정밀폭격 조준기를 활용하더라도 목표물에 명중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으로 美軍의 공군 장성 두 명이 등장합니다.  헤이우드 핸셀과 커디스 르메이인데요.  핸셀은 정밀폭격을 통해 불필요한 인명 살상을 줄이고 군수산업 공장과 도로, 항만, 송변전설비 등 만을 파괴함으로써 승리를 가져오게 하는 방법을 선호합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정밀폭격은 기술력의 한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에 비해 르메이는 일명 ‘융단폭격’을 통한 무차별적 파괴로 상대방의 항전의지를 말살하여 항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중요하다”는 人類愛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勝戰의 의지, 두 선택을 비교하는데, 저자는 맨 마지막 문장에서 “르메이는 전투에서 이겼지만, 핸셀은 전쟁에서 이겼다”는 말로 핸셀을 지지합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발의 원자폭탄이 투하되었고, 사람들은 이로 인해 일본이 항복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전인 1945년 3월 레이 팜 탄 투하로 불바다를 만든 도쿄 대공습으로 10만 명이 사망하고, 계속된 일본 전역에 대한 공습으로 민간인들의 주거시설마저 초토화하며 일본의 항전의지는 완전히 꺾입니다.  이와 더불어 해상봉쇄를 통해 일본은 고립되어 심각한 기근을 경험하였고, 책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소련의 참전으로 150만 명에 달하는 소련군이 일본 본토에 들어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원자폭탄보다 더 위협으로 다가왔을 거라는데 이견을 개진하긴 어렵습니다.  결정적 한 방 이었다는 원자폭탄의 투하는 굳이 불필요했습니다.(다른 책들에서 읽은 이야기中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미국이, 핵폭탄의 위력과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투하했다는 의견이 있음)  


성탄절 분위기에는 맞지 않은 책입니다.  더불어 저자의 다른 책들만큼 재미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글래드웰의 찐 팬이거나 전쟁史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가볍게 추천드립니다.


올해 93번째 책읽기.


#말콤글래드웰  #어떤선택의재검토  #독후기록  #선택  #폭격기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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