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年 中心
요즘 신문을 보면 야구 이야기가 스포츠 면을 도배하는 듯하고 각종 인터넷 매체들도 야구 뉴스를 수시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야구중계를 별로 보지 않다가도 시즌 막바지에 들어 순위가 결정될 즈음부터는 플레이 오프 시즌 진출팀을 점쳐보거나 나아가 시즌 우승팀을 예상해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된 지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특히나 역전 홈런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게임이나 반대로 역전당할 위기에서 투수의 공 하나에 승리를 거머쥐는 장면들은 가끔씩 인생의 어떤 ‘한 판’ 같은 짜릿한 느낌을 주어 좋습니다.
누군가는‘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투수 중심의 야구 스토리는 타자들이 들으면 서운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합니다. 그래서인지 타자들 입장에서 보면 최근에 투수 없는 야구형 스포츠 ‘티볼’이 학교 정규 체육수업에 등장하고 여성이나 노인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합니다.
프로야구는 지금 플레이오프 시즌 중입니다. 감독들은 다음 경기에 ‘투수 ***’라고 예고를 합니다. 상대 팀도 같이 그렇게 등판 투수를 예고합니다. 타자를 예고하는 건 보지 못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투수가 야구경기에서 점(占)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어찌 되었든 한 경기에서 선발투수를 비롯해 불펜 투수, 그리고 마무리 투수까지 많게는 10여 명을 투입하는 경기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이 많은 투수들 중에는 자신의 강점이 모두 다를 수는 있겠으나 일단 투수의 공통적인 자질은 투구 능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투구 능력 중에서도 무엇보다도 공을 빠르게 던지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소위 ‘강속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만 시속 140Km~150Km를 넘나드는 속도는 사실 엄청난 것입니다. 투수가 140Km 속도로 던진다면 18.44m 거리에 있는 포수의 글러브에 0.44초면 도달합니다. 타자는 짧은 시간에 판단해서 배트를 휘두를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만끽하는 것은 관중의 몫이니 정말 알면 알수록 야구는 흥미진진합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와 대결하는 타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배팅을 해야 하는데 얼마나 두렵겠습니까? 그래서 흔히 말하는 ‘3할 타자’라고 하면 정말 정상급의 ‘잘 치는’ 타자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투수의 공은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 곧 직구(直球)를 던진다는 의미입니다. 직구는 변화를 주지 않고 직선같이 곧게 던지는 공을 말합니다. 타자들이 이 공에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기다릴 줄도 알고 또 어떤 때에는 배트를 휘두르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때’를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투수의 능력은 ‘투구 능력’에 있습니다. 투구(投球)라 하면 말 그대로 공을 던지는 데 있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경기를 끌어가는 능력을 뜻하기도 합니다.
18m 남짓한 거리에 있는 타자와 대결하는 투수는 어느덧 자신의 직구가 타자에게 '읽히는 공’이 된 것을 알고는 다른 공을 준비합니다. 변화구(變化球)입니다. 투수가 타자의 타이밍에 혼란을 주기 위해 공이 갑자기 휘어들어가게 하거나 어느 시점에 ‘뚝’ 떨어지게 하는 등의 공의 속도와 궤적을 바꾸어 던지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직선에 가깝게 들어오는 경우와 달리 변화구의 경우 투수 본인에게 몸의 균형을 깨트리기도 하는 신체의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투수는 속구(速球)와 함께 적절히 배합을 해서 던진다고 합니다 이것이 투구 능력이고 경기의 흐름을 지배라는 투수의 경기 능력이라고 합니다.
타자도 진화합니다. 투수가 속구를 잘 던지는 투수인지 아니면 변화구 위주의 투수인지를 파악합니다. 혹 변화구는 어떤 공을 주로 던질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포수의 사인에 따라 공을 던지고 타자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야구를 보고 있으면 통계의 스포츠라는 사실처럼 정말 정교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치 인생의 어느 특정시기를 닮아 있는 듯해서 매번 놀랍기만 합니다. 어느 때까지는 직구만으로도 승부가 났었고 그 결과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의 중심이 되어버린 나이, 그 무엇도 만만한 것이 없고 치열함은 더하고 다양한 이념과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급격한 사회, 경제의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간들이 앞에 있을 뿐입니다. 넘어서야 합니다. 기존의 직구의 시대가 아닌 그야말로 변화구의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입니다.
투수가 있는 마운드나 삶을 위한 현장 모든 곳에 ‘변함’이 있습니다. 중년의 유연함도 어쩌면 변화구의 진화를 쫓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년 보는 단풍도 해마다 다르듯이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은 속절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절체절명의 순간, 담대함으로 가득한 그의 손에서 공이 뿌려집니다. 예측한 대로 변화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