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年 中心
빠르기를 뜻하는 용어인 ‘템포(tempo)’는 이탈리아어로 시간(time)이란 뜻으로 속도를 나타낸 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박(beat)의 속도에 따라 똑같은 음악이라도 빠르게 연주될 수도 있고 또 느리게 연주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박을 세는 속도가 느리면 곡은 느려지고 기본박을 세는 속도가 빠르면 곡은 빨라집니다. 일반적으로 1초에 1박 정도를 세게 되면 느린 템포이고, 1초에 4박 정도로 세게 되면 빠른 템포라 말할 수 있습니다.
작곡가가 곡을 쓸 때에는 곡의 분위기와 관련된 템포를 염두에 두고 또한 그 템포를 악보 첫 부분에 명시해 주곤 하는데 이를 빠르기 표기(tempo markings)라고 합니다. 주로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습니다. 표기는 ‘상대적’으로 템포를 지칭하는데 이러한 상대적인 템포는 일반적으로 ‘느리게 - 보통 빠르게 - 빠르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왕 '빠르기'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인터넷을 검색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탈리아 용어와 그 정의에 대하여 빠르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멜첼의 메트로놈 표기는 생략했습니다.)
느리게
grave(그라베) 매우 매우 느리고 장엄하게 <85세 이상>
largo(라르고) 매우 느리고 여유 있고 위엄 있게 <85세 이하>
larghetto(라르게토) largo보다 덜 느리게 < 80세 이하>
lento(렌토) 꽤 느리게 <75세 이하>
adagio(아다지오) 느리게 < 70세 이하>
보통 빠르게
andante(안단테) 적당히 느리고 걷는 속도로 < 60세 이하>
andantino(안단티노) andente보다 덜 느리게 <55세 이하>
moderato(모데라토) 적당한 속도로 <50세 이하>
allegretto(알레그레토) allegro보다 덜 빠르게 <45세 이하>
빠르게
allegro(알레그로) 빠르고 생기 있게 < 35세 이하>
vivace(비바체) 꽤 빠르고 생기 있게 <25세 이하>
presto(프레스토) 매우 빠르고 생기 있게 <15세 이하>
prestissimo(프레스티시모) presto보다 더욱 빠르게 <10세 이하>
아마도 한 두 번쯤은 위에 있는 용어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거라 추측이 됩니다만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면 꼭 인생의 특정시기를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중년은 굳이 빠르기로 표현하자면 ‘보통 빠르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단에 있는 ‘빠르게’는 청년기를 나타내는 것 같고, 그리고 ‘느리게’는 노년에 접어든 시기라 볼 수 있겠습니다.
맨 오른쪽에 있는 ‘연령 대비’는 순전히 제 개인의 생각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만 나름 연령순(順)으로 나누어서 의미를 붙여봤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중간층의 중년기를 좀 더 살펴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중년기는 우리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재정적으로도 나름 최고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절정기라고 할 수 있으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밀리지 않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여러 상황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이나 이러저러한 기쁨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배치된 중년기로 진입해서는 인생 최고의 시간을 갖는 셈입니다.
물론 급격한 환경변화에 이은 여러 변수들이 상존(常存)하는 상황에서는 이 땅의 중년은 사실 미래가 밝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생각지 못한 퇴직에 대한 압박과 일자리의 부족 등 여러 문제들이 중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꼭 인생의 중간지대에 서 있는 중년의 속도는 ‘보통 빠르게’에 속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겠으나 사실 청년기에서는 시간이 더디게 흘렀습니다. 모두가 지내왔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했던 시간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 지루한 시간들을 지나 어느덧 맞은 중년기에서는 그 내용이 정말 다채롭습니다. 물론 변화무쌍하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보통 빠르게’가 정답인 듯합니다. 숨을 고르고 다음을 생각할 여유도 있어야 합니다.
노년기로 가면 갈수록 심리적 시간의 빠르기는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고 인생을 관조(觀照)하는 시간들이 많아집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고 추억하고 인생을 논(論)하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빠르기는 ‘느리게’를 가리킵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박자를 놓쳐 빨리 나오거나 늦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성가대에서 단원들과 같이 성가를 부를 때 옆에 있는 동료를 흘깃거리며 쳐다보던 초보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조금 여유 있게 부를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많은 악보를 보면서, 그렇게 많은 성가를 부르면서도 그만큼의 '빠르기'가 조금씩 조금씩 '느리게' 가고 있는 걸 왜 이제야 깨닫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혹 그대의 '빠르기'는 어디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