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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Aug 05. 2024

대머리 엄마

마이 프레셔스

우리 엄마도 드디어 항암치료로 덕택에

대머리가 돼 가기 시작했다.

엄마는 가발을 사야겠다고 했고

나는 집 안 곳곳 뭉텅뭉텅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모아 가지런히 버렸다.


엄마, 골롬같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정신 나간 모자의 대화이다.


암환자의 보호자 중 80%는

고도의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간 내게 감사히 주어진

과분한 스트레스에 익숙해져

생각보다 폐암환자 보호자 코스프레는 할만하다.


좋은 점도 있다.

숨 가쁘게 추락하는 내 삶 주변을

느리게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눈을 감고 느리게 과거를 훑다 잠든다.


엄마 병원만 오가다가 오랜만에 짬이 나서

약도 탈 겸 나를 위한 진료도 받았다.

선생님의 한숨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생각을 비우면 더 많은 생각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내 마음이 과했던 걸까.


바람에 창문이 삐걱거린다.

내 옆에서는 선풍기가 자연풍으로

쥐락펴락 조용히 바람을 내뿜는다.

문득 이제 엄마는 바람에 날릴 만한 것이

몸뚱이 하나뿐 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티비를 틀고 OTT를 연결한다.

유일하게 챙겨보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켠다.

티비 속에서 근엄하게 읊조리는 이정재의 대사를

티비에 간간히 비친 내 모습에 뱉어본다.


I believe 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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