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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Sep 02. 2024

무릎베개

폐암의 무게


엄마는 자꾸 눕고 싶어 하신다.

계속 누워만 있으면 안 심심하냐는 물음에

유튜브가 있으니 괜찮다고 하신다.

         

정기검사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조차

내 무릎을 베고 잠시 누워계신다.


머리카락이 없는 휑한 머리에

위태롭게 두건을 뒤집어쓴 인형이

내 품 안에 들어와 있다.


분명 형태는 우리 엄마인데

솜으로 만든 싸구려 인형처럼

가볍고 곧 뜯어질 것 같다. 


고통의 무게와 엄마의 무게는

늘 반비례한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조금은 더 살 수 있다는 말로

삐딱하게 듣게 된다.


엄마는 좋아하는 보리밥도

입 맛이 없어서 다 남기시는 반면에

나는 바닥까지 싹싹 긁어

안에 집어넣는다.


슬픔도 체력이 돼야 감당할 수 있기에.


아마 엄마는 슬프지 않을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무릎이 아리다.

그간의 버텨온 엄마의 고통이

와르르 내 무릎에 무너져 내린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아직 여물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이 기다려온 

처서 매직은 오지 않았고

나는 마더 매직을 꾸역꾸역

기다리고 있다.


뭐가 됐든 누가 됐든

더 버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늦은 밤, 간신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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