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암환자가 된 엄마와
졸지에 보호자가 된 나는
여전히 따로 살고 있다.
어떠한 이유가 됐든
살아갈 집이 없어도 문제지만
살아갈 집이 있어도 불안은
다양한 각도로 안고 살아가야 됨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그간 손빨래를 고집해 오시던 엄마는
체력 저하로 최소한의 빨래만 하시고
1~2주에 한 번씩 내가 집에 가져가
세탁기로 돌리고 있다.
'고슬고슬해서 아주 좋다.'
이불 빨래를 해서 가져다 드린 뒤
엄마가 보낸 문자 내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간의 불효도 이불 빨래와 함께
세탁기 속에서 뒤엉켜 같이 씻겨 나갈 수 있다면.
가냘픈 엄마의 몸처럼
하나같이 얇고 간소한 옷가지들을
묵묵히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잠옷과의 경계가 모호한 옷들,
유난히 촌스러운 패턴과 함께
밤새 요란하게 돌아가는
오래된 나의 세탁기
등 돌리면 저 안의 옷들이 부서져 버릴까 봐
어둑 컴컴한 세탁실을 쉽사리 뜨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