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쏟아지는 주말에
굳이 홍대를 가야겠다고 하신다.
밀가루를 못 드시는 엄마가 스스로 발견한
비건 빵집과 평소에 그토록 좋아하셨던
빙수를, 이번 주말에 꼭 드셔야겠다고 하신다.
때마침 경고문자가 온다.
'폭염에 외부활동 자제요망'
엄마보다 조금 더 빨리 걷는다.
한 두 걸음 뒤쳐져서 아장아장 쫓아오신다.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운동을 하셔야 한다.
연트럴파크를 돌아다니는 엄마의 표정이 밝다.
'죽을 때가 됐나 보다, 이런 맛있는 것도 먹고.'
'이 동네가 이렇게 멋지게 변했구나.'
'착한 너의 여자친구는 잘 있니?'
극과 극을 오가는 대화의 온도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빙수 맛집에서
말차빙수 한 개를 시킨다.
연신 맛있다고 하시며 그릇을 들고
마지막 국물까지 남김없이 드신다.
가게 사장님한테 맛있다고 감사인사를 하신다.
이게 뭐라고 이리 좋으신 걸까.
10미터마다 하나씩 있는
스티커사진 매장에 들러 오늘을 남겨본다.
대머리 엄마는 모자를 벗지 못하고 쑥스럽게
아들과 함께 다정히 사진을 찍으신다.
엄마가 오늘처럼 갑자기 어디를 가자고 하면
나는 하루종일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엄마랑 가는 어디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기분에
그렇다고 거절도 못하고 흔쾌히 수락도 어렵다.
엄마랑 하는 모든 것의 결정이 어렵지만
엄마도 나도 결국 각자의 하루를 살아낸다.
누구는 지워지는 하루를
누구는 남겨내는 하루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