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생일을 위해
엄마는 기꺼이 뷔페를 드셨다.
암 환자의 식단은 참 아이러니하다.
생선회 같은 날 음식이나 가공식품을
먹지 말라라고 하면서 무엇이든 간에
다 잘 먹어야 된다 라는 대전제가 깔려있다.
엄마는 이 날 만큼은 대전제에 순응하고
조금씩 마음껏 드셨다.
엄마가 회도 먹고 콜라도 마신다.
커피도 마시고 케이크도 먹는다.
맥주도 한 모금 한다.
모든 장면이 익숙하면서 낯설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것들을
참고 사시느라 많이 힘드셨겠다.
어쩌면 지구에서 보내는
나와의 마지막 생일일지도 모르기에
아픈 척하지 않고
그저 맛있는 척하고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쓸데없는 의심을 먹는 내내 하게 된다.
이렇게 오만가지 잡생각에 나 혼자만 불편했던
그러나 꼭 필요했던, 만찬이 끝났다.
이제 먹는데 힘을 다 빼셔서
움직이시기 힘든 빈 테이블의
엄마를 차 뒤에 실어놓고,
집으로 간다.
세상 편하게 쿨쿨 주무신다.
문득 나의 생일 선물로,
신께서 '건강한 엄마의 하루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