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제법 자라신 엄마의 소원은
목욕탕을 가는 것이다.
아직 빼곡하진 않지만 부끄럽지 않을 정도라
다녀오겠다고 하신다.
누가 물어보면 비구니라고 하면 되지 뭐
다만 아직 체력이 들쭉날쭉하기에
목욕탕까지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
그리고 과연 탕 안에서 넘어지지 않고
잘 돌아다닐 수 있을지 본인도 장담 못하는 상태.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폐암 환자의
컨디션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제도 엄마는 목욕탕을 가리라 다짐했건만
끝내 가지 못하고 돌아오셨다.
그런 과정을 전화로 듣고 있자면
금방 방전되어버리는
오래된 스마트폰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고 바꿀 수 없는,
내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오래된 보물.
엄마의 목욕탕 도전기는
언제든 진행될 것이다.
그저 묵묵히 응원할 수밖에 없는,
애석하지만 절대로 당신의 실패에
초연 해질 수 없기에
다시 밤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