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단풍이 철이다.
일년 남짓 그저 뒤돌아보며
뒤로 걷다 뛰다 하다 보니
어쩌다 가을이다.
몸이 조금 나아지셨는지
엄마는 유독 말이 많아졌다.
단풍도 보러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싶고
뭐가 그렇게 많은지
엄마 입에서 단풍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엄마, 체력이 안되잖아.
엄마, 날 것 먹으면 안 되잖아.
운동부터 미리미리 해놔.
가까운 목욕탕부터 먼저 가.
그래, 가자라는 말 대신
현실적으로 순서를 먼저 정해주는
아들놈이 뭐가 그리 좋다고
금방 수긍하신다.
맞아, 금방 지칠 텐데 하고 싶은 것만
많아져서 상상만 하다가 잠이 드네
오늘따라 유독 차가운 바람이
내 현실 속 세포들을
세게 할퀴고 간 듯 아린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