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비둘기일 수도?
야심 차게 시작한 4:30 기상과 운동! 이틀 걸렀다. 그 사이에 글은 계속 저장해두고 있었지만 운동을 안 했다. 4:30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왜냐면.. 근본적으로 몸에 조금 무리가 갔는지 그저께 기절한 듯 자느라 패턴이 살짝 깨져버렸다. 또, 우울삽화가 찾아와서 떨쳐내 보겠다고 조금 애를 썼다. 운동을 안 한 날에도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다시 DAY3으로 이어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은 6시 반쯤에 일어나 3km 러닝을 목표로 나갔고, 1.5km는 뛰고 돌아오는 1.5km는 걸었다. 역시 혼자 뛰니 쉽진 않았다. 오늘 사실 새벽 2시쯤에 일어나 야식을 먹기도 했고(상상초월) 잠깐이지만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기에 상태가 안 좋을 만도 하다. 무리하지 않고 내일은 조금 더 뛰어보겠다는 약속과 함께 반은 걸었다. 일어나는 건 쉬웠지만 나가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도 1.5km라도 뛰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나의 경우 러닝은 정해둔 시간이 지나면 선뜻하러 나가기 쉽지 않았다. 요즘은 날이 매우 덥기도 하고, 조금만 늦게 나가면 사람들이 정말 많아져 러닝에 장애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에어팟을 잃어버린 지 꽤 되었다. 몇 달 전 새벽에 통째로 주머니에 넣고 뛰다가 빠졌는데, 뒤늦게 알아버려 당근마켓에 찾는 글도 올려봤지만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음악을 들을 때에는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나의 마샬 헤드폰을 낀다. 집에서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는다.
무엇이든 할 때 장애물을 치우는 게 지속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오늘 나에게는 짐이 많았다. 새벽에 먹은 야식과 헤드폰, 음악 그리고 휴대폰이었다.
어제 알고리즘에 '뇌과학자들이 바빠도 러닝은 꼭 하는 이유'라는 영상이 떠서 눌러보았다. 댓글에는 우울증이 있는데 러닝을 시작하며 삶이 조금 더 나아졌다는 글이 몇 개 있었다. 그중에는 뛸 때 주변의 풍경 등 시간과 공간이 주는 느낌에 깊은 힐링을 받으셨다는 댓글이 있었다. 음악이나 오디오북을 들어보았지만 뛰는 것에 방해된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헤드폰을 쓰고 버겁게 뛰다가 유튜브 댓글이 생각나 벗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주변 소리는 아름다웠고, 러닝과 걷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휴대폰을 넣을 수 있는 벨트를 하나 살까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뛰어보니 웬만하면 휴대폰 없이 나와서 아무것도 듣지 않으며 뛰어야겠다고 정리. 그리고 러닝을 위해 컨디션을 더 세심히 관리해 보기로 약속.
왜 힘들까, 생각해 봤는데 버티겠다는 다짐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냥 저절로 3km를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하려는 것들을 너무 쉽게 보았다기보다는 - 나의 시도들이 별 거 아니라고, 힘들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운동과 공부. 필수로 해야 하는 것이니 이 시도가 당연하다는 생각. 쉽지 않으면 '난 이것도 못하는구나' 라며 자존감에 상처를 낸다. 일이 생겨 하루를 거르면 포기로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고, 나는 나다. 이건 나에게 어려운 일이고 버텨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운동은 원래 힘들다..
얼마 전부터 SNS등을 확인하며 무의식적으로 시간 때우는 행동들을 제거하고, 나에게 집중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폰에는 Forest 앱을 켜 필수 알림만 받고, 타이머를 켜고 캘린더에 정한 일정에 맞추어 바로 집중한다. 종강해서 수업 등 일정이 없다 보니 스스로 일정을 잘 꾸리고 있는 건지, 빼먹은 건 없는지, 지금 하는 것들이 쓸데없는 것들은 아닌지 불안하다. 조금이라도 무언갈 하고 있지 않은 때에는 더 큰 불안감이 찾아와 떠나질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러닝에서 답을 찾은 것 같다. 삶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어색한 일이다. 그 어색함이 우릴 막는다. 어색함을 뛰어넘으려면 조금 버텨야 할 테니. 그리고 확실성이란 건 삶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믿고 버텨봐야 할 것이다. 버틸 때 성장하기 때문.
긴 거리를 거뜬히 뛰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도 분명 매 순간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해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게 습관이 되고 즐거움이 더 커졌을 뿐이겠지. 누군가에게는 내가 하는 것들도 어렵지 않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똑같이 대단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말자.
매 순간 버티며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 저 맞은편에서 서로 달려오며 살짝 스치는 그 순간에 마음속으로 파이팅, 을 외치며. 내일도 조금만 버텨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