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오기 Jul 02. 2024

혼자도 잘 노는 여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화요일입니다.

혼자도 잘 노는 여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화요일 점심시간입니다.

오늘은 건물지하에서 먹을까? 칼국수를 먹을까 고민하다 늘 가던 구내식당으로 갑니다.


비가 와서 생전처음 크록스를 신고 출근했더니

모양새가 웃기지만 혼자만의 생각일 거라 자위합니다.

초록 롱 스커트에 아이보리 크록스를 신고 빗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그림이 되는 것 같아 영상을 찍어 둡니다.


차례대로 식판을 들고 음식을 담아서 자리를 잡습니다.

구내식당 반찬 종류가 많아 늘 식판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자리에 앉았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라면 끓여 먹는 코너에 대기줄이 깁니다.


내가 가는 구내식당은 직접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게 코너에 레인지와 양은냄비 라면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갑니다.

제 분량의 밥을 조금 남겨준 시점에 용기를 내 봅니다.

'까짓 먹어보자. 먹다 남길지라도.

요즘은 저녁을 간단히 해결해서 라면 먹을 일일랑 거의 없으니 오늘 먹어보자'


식판을 자리에 두고 라면을 끓이러 갑니다.

혼밥도 대단한데 라면까지 끓여 먹는 중년아줌마.

역시 대단합니다.

'누기 보거나 말거나~~^^'


끓인 라면을 한 두 젓가락 먹어 보니

역시 꿀맛입니다. 몇 백만 년 만의 라면인지 감개무량입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감동하는 나.

대단합니다.


식사를 하고 조금 시간이 남아 건물 2층에 있는 쇼파가 있는 휴게실을 찾았습니다.

삼삼오오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폰을 보고 있거나 자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쉼의 풍경이 많이 바뀐 게 분명합니다.

덕분에 혼자 앉아 폰으로 자판을 두드려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저는 이제 혼자 놀기의 달인인가 봅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나가나 봅니다.


이전 01화 오지랖퍼 & 바람잡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