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집 짓는 남자(2)

그 남자 덕에 틈만 나면 잔소리하고 한옥 강의하러 다니는 여자가 되다!

by 따오기

2018년에 남편에 대한 글(틈만 나면 집 짓는 남자/2018년 作)을 쓴 후

그다음 이야기는 한 번도 적지 않았다.

이유는? 이제 틈만 나면 집 짓는 남자가 아예 집 짓는 일을 밥벌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저녁 아니, 침대에서도 스케치업으로 한옥을 설계하고, 방에선 한옥 키트를 자르고,

조립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고, 한옥마을에서 한옥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와 마을에도 한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온 산업의 키워드로 등장하던 시절, 2년밖에 안 됐는데

요즘은 메타버스보다 챗gpt에 모든 관심이 쏠려 벌써 오래전 일 같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제페토에 한옥마을을 직접 제작해 올리기도 했다.

플랫폼에 있는 툴을 이용한 게 아니라 순수 창작물로 업로드했다.


만든 공간에 누가 찾아와 주지 않아도

특별한 액션이 없어 재미있지 않아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어떻게든 그려내는 장인정신이 투철한 나름 개발자다.ㅎㅎㅎ

본인 말로는 점프도 가능하고, 이동도 가능하다는 데,

게임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엔 그냥 폰 안의 또 다른 그래픽 한옥마을 같다.

그래도 모든 게 독학으로 이뤄내서 감히 개발자라고 칭해주고 싶다.

어설픈 개발자보다 어찌 보면 훨씬 낫다.


사실 지금도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한옥 게임 만드는 일이란다.

한옥 조립을 게임으로 구현해 내고 싶어 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한다면 교육에 게임원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 사람의 생각이다.

요즘이야 게이미피케이션이 많이 접목되고 있지만 실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깨비 한옥나라( Dokkaebi Hanok World)


한옥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우리 보다 외국인들이 더 우리의 한옥에 관심이 많고

키트나 모형을 유심히 감상하는 시간이 길다.

가끔 그런 모습을 보면 나 자신이 민망해지곤 한다.

우리 것이라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우리 것을 누구에게 설명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고 민망하다.


그가 시청 한옥학교와 인연을 맺은 이후 벌어진 놀라운 변화다.

아니 그 이전에 잠시 지인 공방을 도와주기도 했고

작은 모형들을 혼자 만들곤 했었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서당개 3년이면 풍얼을 읊는다고 가끔 그와 함께 한옥 강의를 나가고

그의 조수일을 제법 잘 해낸다.

요즘은 휴일이면 지역 문화유산에서 한옥 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며칠 전엔 고등학교에서 한옥 건축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독서교실과 건축캠프의 만남이 제법 근사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란 책을 읽고 한옥모형을 직접 조립하며

배흘림기둥과 주심포양식을 설명하니 책으로만 듣던 공부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는 것 같다고 한다.

평소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었는데

점점 역사이야기 건축이야기가 재밌게 다가온다.

깊이 있게 전달은 힘들지라도 쉽고 재밌게 한옥과 건축. 역사를 풀어주는

실용적인 교육을 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한옥은 왜 100층이 안 될까?', ' 한옥의 칸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나?'등등...


게다가 주로 기획 관련 일을 하는 내가 그가 하는 일을 홍보하고 훈수 두느라 바쁘다.

한옥 키트 옆에 태블릿을 두어 조립 방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한옥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콘텐츠로 만들어 진열하기도 한다.

틈만 나면 집 짓는 남편을 둔 덕에 틈만 나면 잔소리하는 여자로 돌변한다.


설 명절 프리마켓 부스 사진


'체험도 좋지만 관광상품을 개발해 봐라.

체험이 없을 땐 관광객과 소통하라.

제품을 사고 싶게 해야 한다. 포장재나 디자인에 신경 써라.

설명서가 어렵다. 좀 더 쉽고 보기 좋게 만들어라.

체험객이 왕이다. 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봐라'

대표 위에 있는 회장 노릇 하느라 입이 바쁘다.

사실 노트북이나 기계와 씨름하며 연구하고 제품을 만들어 내는 그가

꼬마 체험객을 맞아 체험교육까지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고 예측 못한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다.

그보다는 내가 그 일에 적당하긴 하다.

그렇다고 본업을 뒤로하고 늘 함께할 수 없음이 안타깝기도 다행스럽기도 하다.

같이 일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2년 전인가 남산골한옥마을 체험 프로그램 인터뷰 기사에서 외국인이

<한옥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한옥 만들기라고 평가를 해 줬다>.

평소 그도 한옥을 레고같이 아이들이 직접 조립하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프로그램인데 기사를 쓴 이도 한옥키트를 만들다 보면 미국에서 어릴 적 갖고 놀던

집짓기 놀이가 생각난다고 칭찬해 줬다.


진짜 한옥은 가구식 공법이라 나무를 끼우고 맞추며 못 없이도 지어보는 재미가 있다.

아직 품질은 완벽하진 못하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체험이다.

그런데 체험이 교육적으로만 접근하면 재미가 없다.

놀이가 좀 가미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직 고민이다.

아이들에게 한옥조립은 재밌는 놀이로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워낙 어려서부터 형형색색의 레고로 다양한 세상을 만들어 본 아이들이라

나무의 거친 질감과 유연하지 못한 확장성에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


아무래도 1인 기업이다 보니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하느라 힘에 부친다.

나무도 주문해야 하고. 직접 모형을 실측 후 설계해야 하고(지역문화유산 키트 주문 제작 가능).

레이저 커팅기로 잘라내야 하고

참. 커팅기가 비싸다고 부속을 구입해 직접 기계를 조립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원래 문과를 나온 사람인데 건축에 기계에 코딩에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고 있다.

말 그대로 융복합?

그러니 고3 때 진로를 결정해서 학과를 결정한다는 건 정말 어불성설이다.

삶은 매번 드라마틱하고 예측할 수 없는 멀고 긴 항해다.

나 같이 전공을 주욱 고수하는 사람도 있고

그 처럼 전공과 다른 분야로 확장하며 사는 사람도 있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심지어 체험부스도 혼자 운영해야 하니 노동력이 모자라다.

그렇다고 누굴 채용하기엔 매출이 미미하다.

체험도 대부분 여자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데 남자 혼자 하려니 어색할 때가 종종 있다.

체험상품은 생각보다 열악하다. 노동력만이라도 보상받아야 할 텐데 그게 어렵다.

보기엔 화려한데 실제는 가내수공업정도랄까?

특히 마을학교 수업이나 공교육 수업은 강의료가 턱 없이 낮게 책정되어 강사 구하기도 하늘에서 별따기다.

겨우 공모에 선정돼도 강사풀 구성하느라 여기저기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그가 가는 길은 그렇게 아직도 헤쳐가야 할 관문이 많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래도 스스로 필요하니 홈페이지도 만들고 유튜브도 개설하고 인스타도 만들었다.

그런데 sns는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중요해 늘 고민이다.

겨우 인스타만 내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전통문화 콘텐츠는 콘텐츠가 좋은 몇 개만 명맥을 유지한다.

어딜 가나 상위 1%가 모든 걸 독식하는 세상인 것 같다.

그래도 콘텐츠가 답이다.


자본력이 좀 있다면 공방도 넓히고, 기계도 좋은 걸 사 들이고

홍보도 체계적으로 하고 교육도 분업화하면 좋을 텐데 아직 모든 게 열악하다.

의지만 최고다.


두서없이 적어 내린 게 틈만 나면 집 짓는 남자의 요즘 스토리다.

그 남자 덕에 나는 틈만 나면 잔소리하는 여자

틈만 나면 한옥 교육하러 다니는 여자로 변신하고 있다.

부부가 뭔지?

혼자 하기엔 노동력이 부족하고 둘이 하기엔 밥도 못 먹을 것 같고...


모쪼록 그가 꿈꾸는 세상이 그래도 아름답고 좀 더 단단해기를 소망한다.

솔직히 틈만 나면 집 짓는 남자덕에 제대로 된 집 한 채 가져 봤으면 좋겠다.ㅎㅎㅎ




남산골한옥마을 웹진(2021.7)

"한옥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체험 프로그램은 한옥을 배우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20210416_095408.jpg 다양한 한옥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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