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과 닭백숙

초복이라길래 지난밤에 닭백숙을 했다.

by 따오기

초복이라길래

지난밤에 압력솥으로 닭백숙을 그득 했다.


늘 아침이 분주한 딸애들은 한 술도 안 뜨고 번개처럼 출근했다.

어젯밤 가족 카톡에 먹고 가라고 당부했건만~~


출근이 늦은 그이만

'또 시작이군~'하며 한 그릇 먹어줄 것 같다.


평소 살림도 제대로 안 하다가 복 때만 되면

닭백숙에 닭죽을 끓여대는 마누라!.

예뻐해야 할지 미련스럽다 해야 할지 고민할 거다.ㅋㅋ

그러거나 말거나

한 그릇 드셔봐! 더위 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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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복놀이를 엄청 챙기는 편이다.

닭백숙이나 삼계탕 아니면 치킨이나 삼겹살이라도 먹여야 할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사실 요즘 고기를 못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어쩜 이런 나의 습관은

어려서부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여름마다 화덕에 장작불을 때며

닭백숙을 하던 엄마의 모습말이다.


손님이 와도 끓이고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올 때마다 만들어 주시던 엄마표 여름 닭죽~

사실 백숙 같기도, 닭죽 같기도 해서 우리 오 남매는 모두 닭죽이라 불렀다.

엄마의 닭죽을 서너번이상 먹어야 여름을 나곤 했다.


엄마의 요리법은 황기나 대추 인삼이 있으면 광목주머니에 담아 넣고

주로는 통마늘을 그득 넣고 찹쌀을 반쯤 넣었다.

엄마의 닭죽은 불 지피는(불 세기) 농도 조절이 비법인 것 같다.

처음에 불을 세게 때다가 적당히 끓으면 장작을 하나씩 빼곤 하셨다.

닭죽 할 때마다 불 잘 보라고 얼마나 잔소리를 하셨는지

지금도 엄마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대신 은근히 오랜 시간 푹 고았던 것 같다.

엄마의 복 음식 의식은 반나절은 걸려야 완성됐던 기억이다.찌보면 닭죽에도 시간이라는 기다림의 미학이 한 스푼 가미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운 게 얼마나 맛나던지

나의 초스피드 압력밥솥 닭백숙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맛이디.

지금도 그 시절 생각만 하면 군침이 돈다.


투명하고 윤기 나던 찹쌀들이 종알종알 이야기를 건네오는 것만 같다

엄마의 거친 손등에 반쯤 웃는 엄마의 어설픈 미소가 그려진다.


문득 초복 백숙 한 냄비 해 놓고

엄마만 떠올리고 있다.

엄마는 밥이었을까?

집이었을까?

어쩜 유년의 나의 전부였는지도~~


출근길에 윗 부분만 적다가 길어졌네요.사진은 조금 후 크기 조절할게요.크게 보니 징그러워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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