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한옥을 이야기하다.

3개월간 지역문화유적에서 한옥 수업을 진행했다.

by 따오기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매주 토요일 지역 문화유적에서 <3D로 모형으로 만나는 우리시 향토유적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평일은 본업으로 바쁘다가 토요일에 2시간씩 2회 수업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체력이 소진되고 나름 강의라 신경이 제법 쓰였다.

이론 중심은 아니고 만들기 수업이지만 우리 한옥을 간단히 설명하고 지어 보는 과정이라 4시간 내내 긴장됐다.

게다가 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시민의 반응이나 민원에도 대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로 나의 3개월 수업이 마지막이다.

조금 전 1교시를 끝냈고 이제 2교시를 준비하고 있다.


매번 '어떤 분들이 오실까? 어느 동에서 오실까? 가족일까? 모임일까?' 등 궁금함이 많았다.

가족이 오면 아이들 위주로 수업하면 좋아하고.

학부모 모임에서 오면 '누구네집 아이가 잘하나?(빨리하나)' 은근히 민감하게 비교한다.

손으로 만드는 건 개인차가 있어서 맘처럼 되는 게 아닌데

우리들은 매번 나와 남을 비교 한다.

빨리 만든다고 상 주는 것도 아닌데 무엇을 하든 속도에 열광한다.

안 해 본 것을 제대로 해 내는 것만도 대단한 건데.

뭔가 완성한다는 그 자체만도 흐뭇한 건데 말이다.


어느 아이는 만들기를 잘하고,

어느 아이는 추임새 넣는 걸 좋아하고,

또 다른 아이는 수업에는 관심 없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 아이일지도...


특히 아빠들이 오실 때면 능숙하게 집을 짓는 아빠도 있고

쩔쩔매는 아빠도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데 잘 안 되면 은근 민망해 하신다.

그럴 땐 더욱 열심히 도와 드렸다.

누구 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여러 가족이 오면 유난히 가족 간의 협업이 잘 되는 가족도 있고

체험하러 왔다가 괜히 싸우고 가는 가족도 있다.

그 순간 얼마나 분위기가 살벌하던지...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눈치 보며 분위기 바꿔보려고 애를 쓰곤 했다.

처음 본 시민들과의 수업은 속도와 상황을 조율하는 게 생각보다 예민했다.

옆 집과 비교되지 않도록,

다른 친구와 비교되지 않도록 진도를 빼는 게 노하우다.

오늘처럼 취소한 팀이 있어 한 두 가족만 오면 개인지도처럼 수업하니 맘이 편하다.


그래도 유난해서 기억나는 팀은 10% 정도고

주로는 다들 열심히 만든다.

한옥이라는 소재에 신기해하고 조심스럽게 수업에 임한다.

우리 것을 알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한옥은 나무. 흙. 돌 등 자연소재라 지속 가능한 주거양식이고

한옥의 크기를 말하는 단위인 '칸'과 '량'을 설명하고

지붕도 모양별로 이름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주춧돌과 기단 등 한옥 부재와 용어를 알려 주려고 노력한다.

설령 문 닫고 나가면서 다 까먹을지라도 수업하는 동안만이라도 기억하라고...

집을 직접 만들어 보는 그 자체가 교육일 거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실은 나도 이 일을 하기 전엔 한옥은 그냥 기와로 지은 집이고

'곡선의 미'가 돋보이는 건축이라는 정도만 알았던 것 같다.

시골 태생이라 대들보나 대청마루. 툇마루 정도는 자연스레 듣고 자라긴 했다.

구분하는 기준은 정확히 모를지라도

한 여름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대청나무에 앉아 옥수수, 감자 쪄 먹으면서 방학을 지내던 추억이 있다.

마루에 앉아 보이던 주변 환경이 다 '차경'이었던 건데...

내가 자란 환경이 한옥이었으니 저절로 알긴 했으나 누구에게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랄까?

아는 것과 설명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옆지기 덕에 주말마다 한옥을 이야기하고 있다니

삶이란 정말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이 안 된다.

자꾸 한옥이 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최근엔 학교도서관 독서교실도 두어 번 진행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나, 최순우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한옥과 연계하는 독서수업으로 제격이다.


정말 한옥뿐 아니라 우리 문화. 우리 역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

이번 시흥시 문화유적에서 만난 시민들이 토요일 체험에 참여하고

한옥에 대해 평소 알고 있던 것보다 한 두 개만 더 기억하고

알게 되었으면 더욱 보람될 것 같다.

아니, 체험을 신청하고 직접 모형을 조립하고 만든 것 자체로 소중한 기억이 됐을 거라 믿어 본다.


그래도 세 달 무사히 잘 진행했고

설문도 한결같이 선생님이 '친절하시다', '한옥을 지어 봐서 뿌듯했다', '우리 동네 이런 문화유적이 몰랐다' 등 긍정적으로 기재해 주셔서 힘이 난다.


이제 토요일은 좀 쉬어야겠다.

온전한 휴일을 맘껏 누려야겠다.

아니, 주변 문화유적을 찾아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아 나설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지난 3개월간의 한옥 수업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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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족이 대들보 놓은 과정/ 하 독서교실 및 문화유적 체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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