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일기) '왜 글을 쓰려고 하니?'

기억이란 게 없으면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존재의 이유가 흔들린다.

by 따오기

단기성 기억 상실증을 다룬, 오래전 영화 <메멘토>를 다시 보다가 나 자신에게 질문해 본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꼭 쓰고픈 이야기가 있는가?

->그건 아니다


꼭 남겨야 할 이야기가 있는가?

-> 그것도 아니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가?

-> 그것도 아니다. 찌그러진 세모정도? ㅋㅋ 난 허구를 잘 못 쓰고 논픽션을 살짝 가공하는 정도까지만 할 줄 안다. 묘사도 잘 못 한다. 건조하고 섬세하지도 못하다. 이제는 기억력도 좀 꽝이다.


하루에 몇 시간을 글 쓰기에 할애하는 가?

->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필 받으면 장소 불문하지 않고 끄적거린다. 그런데 내어 놓기 민망해 저장해 둔 메모가 좀 많다.주로 메모수준.


글 쓰는 데 가장 걸림돌이 무엇인가?

->시간도 시간이지만 오픈해서 생기는 불편함이다. 부부 이야기는 늘 그래왔기에 그의 이해와 묵인이 있지만 다른 이야기들은 오픈되면 불편할 수 있다. 특히 업무 이야기도 드러내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조직 문화라 지양하고 있다. 게다가 어디까지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가가 늘 딜레마다. 일기도 아닌데...


그럼 왜? 쓰려고 하는 가?

-> 어딘가 이야기하고 싶다. 배설의 욕구처럼 글로 표현하는 걸 태생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이거라도 없으면 매일매일 비슷한 일상이 그냥 일상으로 파묻혀 버릴 것 같아서.


일기 같은 글을 쓰려하는 가?

-> 어차피 내 인생은 한 번, 나라도 나를 기억하는 글을 쓰려 함일지도.

난 아무래도 너무 소박한 글쓰기를 원하나 보다. 아니 스타일이 거기까지인가 보다. 가끔 쓰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하고 고해성사를 한 것 같은 글쓰기. 그것만으로도 글 쓰는 효과가 충분하다면 나는 당분간 더 써 보리라. 쓰다 보면 진짜 내가 써야 할 그 어떤 주제를 찾을 수도 있고, 꼭 써야 할 당위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글쓰기는 그냥 나니까. 완벽하지도 않고 정말 허술하지만, 그래도 잘 살아보고 싶은 욕망을 가진 나란 사람의 이야기를...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가?

-> 최근 든 생각인데 30대와 50대의 '나'가 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일상의 단편들로 보여주는 글을 묶고 싶다. 편집이 필요한 것 같아서.

오래전 쓴 비슷한 사건을 대하는 마음과 요즘 마음을 대비해서 정리하고 싶다.

결국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긴 있다는 정도?

오래전 영화 메멘토를 보며 글쓰기, 메모의 중요성을 정리해 보다.

그러나 모든 기억도 다 내 중심. 내 가치관의 산물이란 걸 안다.

기억은 억지로 찾을 수 없다니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러면 섬세해야 하는 데 내 성격처럼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듬성듬성 나열한다.

그러나 인정하자. 어차피 내 스타일은 나만의 고유영역이니까. 말 그대로 스타일이니까.

영화 한 편을 보며 나의 글쓰기와 스타일을 나열해 본다.


이것 또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리라.

요즘은 딱히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가고 싶은 것도 간절한 그 무엇이 없다.

그저 빚 없고 심플한 삶을 살고 싶은데 그러면 완전 세상이 재미없어질는지도

헉헉대고 뭔가 해야 할 그 무언가가 있어야 살아지는 걸지도...

이해 안 가는 비 논리적인 삶의 이유이다.

암튼 아직은 내가 필요하겠지.


영화 대사에 '기억이란 게 없으면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존재의 이유가 흔들리게 된다. "나"의 의미는 기억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구절을 다시 적어 본다.

그래 글이 나고, 메모가 나고. '내가 기억하는 나'가 나 일지도...


당분간 더 나를 써 내려가 보자.

훗날 다른 내가 될지라도.. 현재의 나를 기록으로 기억해 두자.


지난 일요일 갯골생태공원의 초저녁 풍경



잘 쓰는 것 같지도 않고, 딱히 써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쓰고픈 소재가 명확히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자꾸 쓰려하는지 나 자신에게 반문해 보는 메모 같은 글입니다. 결론은 나를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온전히 나를 찾아가는 여행용으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궤변을 내어 놓네요.

나의 고민은 성장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늘 비슷비슷한 상념덩어리네요.

가끔 생각하는데 30대 저나 50대 저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 경험의 숫자가 늘고

이제 타인의 취향을 좀 인정하는 정도... 누구 말처럼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지'... 정도 랄까요?


술 한 방울도 안 먹고 혼자 취한 듯 횡설수설 써 내려간 일기 같은 주절거림입니다.

이런 부분도 나의 한 부분이라... 내어 놓기로.




갯골생태공원의 하늘은 시시각각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우리네 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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