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운전이다

여행의 반은 이동수단에 앉아 있는 것 같다.

by 따오기

광복절 연휴를 맞이하여 14일 월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주로 강원도로 갔는데 이번엔 경북이다.

영남지방은 대구 부산 빼고는 거의 못 가봐서 겸사겸사 정했다.

이십여 년 전에 다녀온 영주 부석사에 들러 다시 무량수전을 찾아보고

배흘림기둥이 여전한 지 확인도 해 보고

청송 주산지를 들러 새벽 물안개를 직접 감상해 보고

양반의 고장 안동에 들러 헛제삿밥과 건진국시를 먹어 보고 오리라.


실제 가 보면 별 것 없고. 별 맛없을지라도 가기 전의 설렘은 언제나 좋다.

특히 책장에 있는 오래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책을 읽어가며 문화유적답사라는 테마를 가지고 떠나 본다.

예전에 읽어 희미한 구절들을 다시금 되짚어 본다.


내친김에 아름다운 길 중에 하나라는 경주 감포가도까지 달려 보고도 싶지만 내가 운전을 하지 않으니 기사 마음대로 하기로 했다.

주로 가족이 여행을 다녔는데 간만에 부부만 가게 됐다.

이제 이십 대 후반인 우리 딸들은 자기네끼리의 여행을 선호한다.

당연한 변화니 우리도 응원한다.

대신 숙박 플랫폼에 근무하는 둘째가 우리가 묵을 호텔을 예약해 줬다.

어느새 자식들이 커서 호텔도 잡아주고 나이 드니 좋은 것도 많다.


영주로 가는 길

광복절 연휴라 그런지 서울을 벗어나고

수도권을 벗어나는 게 장난이 아니다.

시내 길처럼 막히고 휴게소 들어가는 길도 막히고, 심지어 주유하는 주유소 대기줄도 늘어져 있다.


여행을 떠날 때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는데 우린 늘 미적거린다.

느릿느릿 출발하니 가는 길도 더디다. 그러나 느리면 또 어쩌리.

우리의 템포대로 가는 거지.


어느 동네엔 비가 내리고 어느 지역엔 하늘이 맑고 우리나라도 좁지 않다.

아침부터 출발해 왔는데 아직도 자동차 안이다.

운전하는 그이는 매번 '여행은 운전이다 라고 정의한다.


맞아.

여행은 목적지에 가는 내내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며 밀린 이야기도 하고

도로 양 옆으로 펼쳐진 산과 대지를 바라보는 그 맛이지!

초록 녹음이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을 감상하는 시간.

급하지 않게 상념 없이 바라봐 주는 시간. 그게 진짜 여행이지 싶다.

다음 휴게소는 단양팔경 휴게소라는 미스김의 안내음성이 나온다.

잠시 커피 한 잔 나누며 운전을 교대해 줄까 고민해 봐야겠다.

오늘 내로 부석사에 당도하긴 하겠지. 그리고 일단 동해로 떠나보리라.


여행은 준비하는 게 반. 가는 게 반.

그럼 나머지는 다 덤일런지도....

일단 떠남이 설레는 시간이다.

가면 또 금방 오고 싶을 테지만 순간의 기분을 기억하며 살리라.


(어느새 영주다.. 적당히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나중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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