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오다.

도서전은 둘이 가도 좋지만 혼자 가면 더 좋다.

by 따오기

도서전을 여러 번 가봤지만 오늘만큼 붐비고 축제 같은 도서전은 처음이다.

사전예약을 했음에도 입장권을 받을 때까지 줄을 길게 서야 했고

그 시간을 재어보진 않았지만 20~30분은 기다린 것 같다.

원래 사전예약은 입장료가 할인되고, 입장 수속도 빨리하려고 하는 건데

오늘은 사전예약 줄이 가장 길었다.

코로나 이후 첫 도서전이라 반가운 마음에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이들이 많이 찾았나 보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순차적으로 모두 출장을 갔으니 그 인파에 한 몫하긴 했다.

도서관 관련 일을 하니 도서전에 가서 트렌드도 읽고 출판문화를 함께 향유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게다가 3층에서 메타버스전도 동시에 열려 두 곳을 다 돌아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워낙 인파가 많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대기줄이 길어 겨우 훑어보고 왔다.


'대형 출판사 이벤트는 이런 걸 하는구나'.

'요즘 인기 있는 도서는?', '표지 트렌드(북디자인)는?', '강연 작가는?', '재미있는 활동은?',

'인기 있는 굿즈는?', '큐레이션 양상은?', '주요 테마는? 등등

잠시 훑기만 해도 저절로 감지되는 것들이 제법 많다.

그리고 어느 전시회에서나 느끼는 거지만 공간을 설치하고 기획하고 꾸미는 미적 감각이

내용 못지않게 중요함을 본다.


매번 ‘마음 산책’ 부스만 가면 갤러리에 들어 선 기분을 자아낸다.

난, 어쩜 설치미술이나 실용미술을 했으면 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름다운 것에 반응하고 관심 갖는 것. 그것은 인간의 기본욕구요 감각인 것 같다.


이번 도서전도 부스별로 멋지게 꾸며 눈호강을 많이 했다.

특히 문학동네인가? 베스트셀러 작가 사진을 주욱 나열해 놓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나도 저 사진 속의 한 명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꿈꾸게 하던 기획이랄까?

정말 가슴을 뛰게 하고 잠시 생각을 하게 하는 부스였다.

‘저기 있는 작가들은 모두 잘 됐을까?’ ‘행복해할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기도 했지만.

일단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지만 '부러우니 닮아 보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려면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엉덩이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줄 알기에 잠시만...


문학동네뿐 아니라 아기자기 재밌는 전천당 코너도 눈에 띄고 다산북스의 도서 추천 코너도 인상 깊었다.

점점 읽을거리라 많은 시대에 개인 맞춤형 도서추천은 언제나 인기다.

슬램덩크도 인기 있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라 패스했다.

창비 200호 특집 코너도 인상 깊었고, 구경하다가 인스타 팔로우하고 사진도 찍었다.

언제부턴가 모든 이벤트가 인스타 팔로우가 기본이다.

덕분에 인스타 활동은 안 하면서 계정만 만드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참, 중앙일보 구독이벤트에서도 많은 이들이 퀴즈 풀고 포춘쿠키를 받아간 것 같다.

같이 간 동료 4명 중 3명이 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쿠키를 받아

전시 관람 후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며 각자 나온 운세를 공유했다.

나의 운세는 <당신의 존재를 널리 알릴 만한 놀라운 일을 하게 되는 운세입니다>라나?

믿거나 말거나 재미로 보는 거지만 오늘만큼은 무조건 믿어보고 싶은 하루다.

평소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님의 사진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강연하시는 모습도 먼발치서 뵈었다.

방금 집에 돌아와 사진과 사연을 보냈더니

‘만났으면 더 좋았을걸’이라는 아쉬운 답 문자를 주셨다.

난, 30년 전도 지금도 한결같이 그분을 응원하는 평생독자다.

딱 그 자리에서 언제나 선생님을 응원한다.

연예인은 덕질도 잘하는데 시인님 평생팬은 소심하게 먼발치서 바라보고

대형 사진 앞에서 민망하지만 인증샷 남기는 정도로 뿌듯해한다.


이번 도서전은 책도 책이지만 작가님들을 글로 만나다가 실제 만나니 더 좋았다.

도서전은 많은 작가들이 총출동하니 독자를 즐겁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특별강연이 시간대마다 펼쳐져 지나가다 보고 듣고 가기에 편리했다.


출판사 부스를 돌다가 작가사인회에 앉아 계시는 분 중에 어디선가 뵌 듯한 분인 것 같아

아는 척했더니 너무도 반갑게 맞아 주시던 김은형 브런치작가님은 잠시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왠지 언젠가 한 번 더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만남이다.

또 페북 친구라 나는 알지만 그분은 워낙 유명해서 잘 모르실텐데 인사드렸더니

‘저를 아시는 분인가요?’ 라시며 따뜻하게 대해 주시던 출판사 대표님이자 작가님도 참 좋았다.

출판사 이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외모 때문에 더 인상 깊은 작가님이다.


인지도 높은 작가들은 독자의 아는 척에 자연스럽게 대응하시는 것 같다.

어쩜 책은 결국 사람이 쓰고.

사람 이야기가 단긴 매체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실 책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인상이 다 비슷비슷한 그 무언가가 있다.


비록 부스 구석구석 다 보진 못했지만

도서전을 가 본 것만으로도

책의 숨결을 느껴 본 것만으로도 즐겁고 뿌듯하다.

미처 제대로 못 보고 온 독립출판 부스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우리는 이렇게 열광하는가?

한 때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라는 책이 열광했는데

아직 책은 건재한 것 같다는 결론이 서던 날이었다.

결국 유튜브 안에도 책이 녹아들어 가 있으니.

외형이 무엇이든 콘텐츠가 답이다.


책은 읽지 않아도. 표지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묘한 마력이 있긴 하다.

아니 ‘책’이란 단어만 봐도 뭔가 든든하고 있어 뵌달까?

그래서 모두 책을 쓰고 싶어 안달인 건가?


어느 출판사 부스 상단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예술만큼은 한 장의 종이에서 온다”라고.

격하게 곰감되는 표현이라 사진에 담았다.


결론은 도서전은 가 볼만하다.

둘이 가도 좋지만 혼자 가면 더 좋다.

혼자 봐도 좋은 영화처럼~~^^


이번 도서전은 훑어보기만 해서 약간 아쉽지만 다녀오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하루 남은 도서전 다녀와 보시라...

꼭 운동화 신고 큰 가방 메고.


나 홍보대사 아닌데 ㅠ.


'나도 저기에 있었으면 좋겠다(언감생심^^)'와...'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두 가지 생각이 들던...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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