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거리기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무얼 할지 몰라 서성거린다.

by 따오기



오늘은 휴가를 냈습니다.

직장인의 휴가는 거의 일이 있어 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냥 쉬기 위해 휴가를 낸다는 게 맘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 그이랑 예약된 건강검진을 하고

검진이 끝나고 바로 친구 셋과 절친의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외국 사는 친구라 이번 주말 들어간다길래 굳이 검진 후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니면 다시 회사를 들어가거나 다른 일을 도모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늘 일정을 퍼즐처럼 꽉꽉 채우고 살다 보니.


그런데 건강검진이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나서

(전체 다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특정 부분만 대상이라서)

점심때 잡은 약속을 지키려니 두 시간이나 붕 뜨게 되었습니다.

그이는 나를 두고 업무를 보러 들어가야 하고

저는 약속 장소 부근에서 빈둥거리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커피를 파는 곳이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명색이 카페거리라고는 하는데 워낙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다 보니.

회사 부근은 늘 빨리 오픈해서 이런 불편함을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11시 이전에 카페에 갈 일이 눈 씻고 봐도 없었습니다.


여행지라면 모를까?

그렇게 생활이 단조롭습니다.

회사. 집. 가끔 약속.

나 혼자 호젓이 어딘가를 떠난다거나 어느 곳에 머무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카페거리에서 커피집 하나 선택하는 데 얼마나 서성거렸는지 몰라요.

이름을 내 건 집으로 갈까 안을 보니 가벼운 브런치가 없는 것 같고

맘에 드는 인테리어 집은 아직 오픈 전이고

겨우 찾아 들어간 집은 지금 준비 중이고

오전 방문이라 영업에 지장을 주면 안 될 것 같아 조심조심 살폈습니다.


그러다 어쩌다 자리한 지금 이 장소

주인이 오전이라 그런지 통화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도 급한 거 없어 10분 정도 통화를 느긋이 기다려줬습니다.


태블릿도 꺼내고

돋보기도 꺼내고

혹시 몰라 가져 온 내일 회의자료도 꺼내고


그렇게 오늘 하루는 시간 가늠을 제대로 못해

이곳저곳을 서성일 것 같습니다.

이럴 때 글이란 걸 적으면 좋은데

막상 한가하면 머릿속이 하얀 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게

난센스입니다.


그래서 그냥 7호선 까치울역 어디메서 서성거리고 있다고 적어 둡니다.

삶은 가끔 이렇게 예측하지 못한 시간과 상황 속에 붕 떨어져 서성거리기도 하나 봅니다.


근데 생각보다 2시간은 너무 짧네요.

서성거리다 30분.

커피 마시고 브런치 먹느라 20분.

회의자료 보고 소통하느라 10여분.

이제 겨우 '서성거리는 중'이라고 내 맘 스케치 몇 분 했더니 벌써 친구들이 올 시간입니다.

다시 뜨거운 태양과 우리들의 수다를 만날 시간입니다.


생은 서성거릴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네요.



(두서없이 안부처럼 일기처럼 주절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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