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감
먼바다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두 달간 휴가를 나왔다는 소식이다.
보통 친한 항해사들은 이런 시기에 적어도 한 번은 식사를 하며 안부를 묻는다.
이 날은 총 5명이 모여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만남 장소는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
가물가물하고 징그러운 얼굴들을 까내리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부대찌개냐 텐동이냐'
내 친구들은 이런 선택지에 놓일 때면 메뉴를 제시한 친구에게 야유를 퍼붓는 상황극을 종종 한다.
"아아아아아이~잇! 뭔 텐동이야!~"
잠시 소동 끝에 부대찌개로 메뉴는 결정됐다.
부대찌개를 먹으며 먹고 어디를 갈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중 내가 말했다.
"나는 부평에서 약속 있어서 이것만 먹고 가봐야 돼"
극심한 야유가 쏟아진다.
"누군데? 여자면 보내줄게. 여자야?"
나는 자신 있게 얘기했다.
"여자도 있어"
이번 주는 만화카페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미리 챙겨둔 칫솔까지 꺼내 친구 카페의 화장실에서 양치질도 마치고 부평으로 향했다.
만화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또 화장실로 향해 머리를 정돈했다.
잠시 탐색을 하니 아는 여자 얼굴이 둘 보였다.
오늘은 프로불참러 대학원생께서 또 불참을 한다고 한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만화를 골랐다.
'황천의 츠가이'.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대작을 쓴 작가의 신작이다.
여성작가이고 한동안 육아에 전념하다가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고른 책에 대한 설명을 할 것이라 짐작했다.
너무 오타쿠스럽지 않고 여성들에게 호감스러운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고른 만화에 대한 설명이 있긴 했지만 딱히 여심저격이라 보긴 힘든 설명이었다.
구구절절했고, 심지어 오타쿠스러웠다.
모임장은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만화를 읽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게임 속 세상으로 변하고 괴물이 등장한다는 디스토피아적 내용이다.
"저는 이런 세상이 되면 어떻게 할지 너무 막막해요"
라고 했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런 세상이 오면 재밌을 것 같은데요?"
상대에게 너무 무례하지만 않다면 내 사상을 감추며 다니진 않는다.
나는 세상에 나 혼자 살아남아서 빈 도시들을 여행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다 '신과 함께'에 관련한 얘기도 나왔다.
"죽으면 그냥 끝나는 거 하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좋으세요?
하고 물었고 나는
"지옥에 갈지언정 사후세계가 뭔지 확인하는 게 더 좋다"
고 하며 의견을 덧붙였다.
"근데 신과 함께를 보면 지옥 판사들은 지들이 뭔데 나를 평가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로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