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모임에 나갔을 뿐인데 8

도광양회

by 황인섭
도광양회

중국의 성장은 언제나 놀랍고 무섭다.

몇 년 전부터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들이 나오긴 하지만 아직까진 멈추지 않는 기관차처럼 보인다.

현재 중국의 위엄은 '덩샤오핑'주석 시절 개혁개방 정책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덩샤오핑 주석은 도광양회의 고사를 예로 들었다.

어둠 속에서 칼을 갈며 때를 기다린다는 뜻인데,

자존심을 앞세울게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힘을 감추고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

최근 들어서는 시진핑 주석이 '때가 왔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어 많은 세계시민의 비난을 사고 있지만 말이다.


신천지의 포교도 도광양회를 적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들은 포교만 할 수 있다면 거짓말과 위장도 서슴지 않는다.

내가 당한 수법은 신천지의 포교수법 중 가장 최신형이다.

각종 모임을 설립하고 신천지 신도로 모임원을 채운다.

한 자리만 비워둔 채로.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면 2~3개월 간 친목활동만을 가진다.

그러다 친밀감이 쌓이면 서서히 포교활동이 시작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성경공부단계로 넘어가도 신천지임을 밝히지 않는다.

모임에 참여한 지 1년이 지나 포교활동임을 알게 됐다는 사례도 있다.

이것을 ‘모략포교’, ‘모략전도’라고 한다.


'이판사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나도 도광양회를 쓰련다.

그들이 언제 눈치챌진 모르겠지만 그전까지는 글이나 쓰고 재미나 충족하다가,

넘을 수 없는 선을 요구할 때 그만두면 그만이다.


2, 3회 차 수업을 불참했다.

아쉬운 김에 카페에서 만남이나 갖자 하기에 그곳으로 갔다.

모임장은 이번 수업이 매우 실용적이고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는데,

짓궂은 마음이 들어 내용설명을 요청했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어렵다고 한다.

나는 특유의 사투리 짙은 농담조로 말했다.

"아니 뭐 지가 어려워봐야 얼마나 어렵다고 설명을 못 해?"

심리상담가는 내 안의 우주와 실제 우주에 대한 설명이었다고 요약했다.

내가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이자 심리상담가는 나를 도발했다.

"이렇게 설명해서는 이해 못 해"

몰라서 그냥 있는 게 아니라고.

"근데 불교사상 아닌가요? 불교에도 '일체유심조'같이 실체와 관념을 통합하려는 사상이 있는데요"

"그 불교사상은 어디에서 왔는데?"

"힌두교겠죠"

"힌두교 사상은 어디에서 왔는데?"

말 문이 막혔다.

힌두교 경전 '베다'는 인도에 정착한 외지인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 외지인이 성경적 사상을 전파했을 것이라 우겨도 무방하다.

'쉽지 않다'


심리상담가가 다음 시간부터 필기류를 챙겨 오라고 했다.

나는 쓰던 다이어리에 적으면 되니 별 문제없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모임장이 끼어들어 한 차례 야유를 보내더니 이어말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노트에 적어야지. 내가 다음 시간에 니 거까지 사 올게"

심리상담가도 말을 보탰다.

"새 노트로 필기하면 거기서 보관도 해주니까 다이어리 들고 다니는 것보다 편할걸?"

나는 쓰던 곳에 함께 적는 게 성격상 좋다고 설명했다.

심리상담가는 약간은 무시하는 태도로 말했다.

"어차피 집에 가져가도 안 보잖아"

나는 단언했다.

"저는 봐요"


4회 차.

2, 3회 차의 내용을 강사가 1:1로 보충해 준다기에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장소에 도착했다.

모임장도 단짝으로써 같이 들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손사래 쳤지만 결국 모임장도 나와 같은 시간에 장소로 왔다.


1:2 보충수업.

나에겐 불교나 유교사상으로 들리는 수업이 잠시 진행됐다.

‘영’의 세계와 ‘몸’의 세계가 있다며,

‘영’의 세계는 하나님과 닿아 있다는 설명들.


나에게 행복하냐 물었다.

나는 수치로 매긴다면 60점 정도라고 답했다.

"그럼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답했다.

예시를 하나만 들어달라고 하기에

"최근에 거짓말을 하나 했는데 다행히 안 들키고 넘어갔어요 그때 행복하더라고요"


내게 선악과의 의미를 아냐고 물었다.

(선악과:신이 인간에게 먹지 말라고 한 열매)

내 사정거리 안이다.

"선악과는 자유의지죠.

신의 의지대로만 하던 인간이,

자유로운 행동을 했다는 의미겠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앞으론 선악에 따른 보상이나 징벌을 내리겠다.

이거 아닐까요?"

조금은 당황하길 바랐는데 강사는 바로 이어서

"그럼 선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라며 되물었다.

칸트 - 보편적으로 타당성 있는 행동을 하라

벤담 - 최대다수가 최대행복을 누리게 하라

선악을 나누는 기준은 너무 많아서 무얼 꺼내 주장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선악을 나누는 기준 같은 건 정답이 없다.

상대가 반박해도 내가 강요할 수 없는 문제다.

강사는 선악을 말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어 설명했다.

"우리는 말을 통해 선악을 구분할 수 있어요.

우리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하나님의 말씀인지 사단의 말인지를 구분하면 선악을 구분할 수 있어요."

나는 확인차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여기서 말이라는 건 행동, 표정 등등 포함인가요?”

강사는 모든 걸 포함한다고 했다.

싱글벙글 웃음이 지어졌지만 도저히 감출 수 없어 그냥 미소 지은 채로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말은 너무 속이기 쉽잖아요.

거짓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분이 쉽지 않더라고요 “


단체수업.

1회 차에선'안경 쓴 사람이 많네' 였던 나의 시선이

'누가 속이고 누가 속고 있나'를 추측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모임장은 저번부터 강단 기준 내 뒤쪽 자리를 사수한다.

이래서는 내가 뭘 적는지 다 보여줘야 할 판이다.

심지어 고개를 강단 반대로 돌려 직접 쳐다보지 않는 한 그녀가 나를 주시하는지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옆자리의 소음에 집중했더니 이런 말이 들렸다.

“이 분이 어제 엄마한테 여기 다니는 거 설명했더니 이상한데 아니냐고 하셨데. 그래서 여기는 괜찮다고 설명하셨데”

남자를 사이에 둔 양 옆의 여자 간의 대화였다.

남자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앞으로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내 시선을 의식할 틈도 없을 것이다.

‘내 신상을 숨기고 몰래 알려줄 방법은 없을까’

볼펜의 바코드 스티커를 떼어 스티커면에 이메일 주소를 적었다.

기회가 된다면 남자의 옷이나 가방에 붙일 생각이다.

성공한다 해도 연락이 올진 모르겠지만.


이번 수업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멘탈관리법이다.

멘탈을 관리하기 위해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사람을 가까이하고,

평가와 비판을 주는 사람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대부분 최근 큰 호의를 느꼈을 것이다.

일부는 이상한 모임을 왜 나가냐는 비판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까지 인 줄 알았다.

“여러분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분들이 누구일까요? 저와 뒤에 계신 강사님들, 그리고 모임장님들 입니다~”

헷갈려할 사람들을 위해 확실한 풀이까지 보탰다.

‘우리를 가까이하고, 네 가족과 친구를 멀리하라’


수업이 끝나 노트를 들고 일어서려 하니 자연스럽게

모임장이 본인의 노트와 내 노트를 겹쳐서 들었다.

“이거 내야 된다고 하던데”

‘?‘

내 노트에는 집에서 이 일을 글로 작성할 수 있도록 축약한 단어들이 적혀있었다.

‘뺏으면 의심하려나’

오늘만 양보하기로 하고 노트에 이름만 적어 다시 모임장에게 줬다.

조사한 그대로.

신천지는 수업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수업내용 유출 시

‘신천지는 이렇게 가르친답니다’

라는 식의 포교예방 자료로 쓰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 노트.. 열어보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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