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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Apr 27. 2023

송정 바다에서 내가 마주한 것

바다에서 배운다

딸의 방학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송정 바다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사실 바다가 주목적은 아니었다. 송정 해수욕장 근처에 맛집으로 소문난 피자 파스타 전문점이 있어서 파스타를 먹기 위해 갔는데, 오픈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들르게 되었다.    

  

송정 바다를 보러 가는 길에 해변로를 따라 난 철길을 지났다. 해운대의 자랑인 해변 열차가 지나는 길인데 바로 옆에 산책로가 있어서 오랜만에 철길을 따라 가족과 함께 걷고 있었다. 때 마침 블루라인 열차가 지나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사진에 담았다. 열차에 탄 사람들이나 밖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흥겨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바닷가 옆 철길

그렇게 10여 분을 걷고 나니 확 트인 전경, 바다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송정 해수욕장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부산의 해수욕장 하면 사람들은 바로 해운대나 광안리를 떠 올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송정 해수욕장을 더 좋아한다. 바다 특유의 비린내도 나지 않고, 청정하며, 모래도 세모래라서 부드럽다. 그리고 송정 해수욕장은 전국적으로 서퍼들의 성지라고 소문이 나서 계절에 상관없이 서핑하는 사람들이 모여 파도를 타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갈매기들이 많이 모여들기도 하는데, 나는 가끔 새우깡을 들고 이 아이들을 맞이하곤 했다. 새우깡을 손에 들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갈매기들이 모여들어 내 어깨, 머리에 앉기도 하고 던지는 새우깡을 잽싸게 낚아채고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다. 닭만 한 갈매기들이 날렵하기는 천하제일이다. 우리 직원 중 한 사람은 나를 따라 하려다가 갈매기 부리에 손이 찢기는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나도 지레 겁을 먹게 되어 이제는 함부로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혹하지 않는다.      




바다를 올 때마다 나는 과거의 나와 마주하곤 한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하늘로 파산되어 흩어진다. 나의 철없던 과거의 모습이 투영된다. 젊은 시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목에 힘주고 살았던, 그러다 한 방 제대로 맞고 나가떨어진 후 겸손이라는 단어를 깊이 묵상하고 살던 그때. 나는 왜 세월이라는 스승 앞에 겸손하지 못했던가. 인생 선배들이 삶의 지혜를 나누어 줄 때, 나는 그것을 지혜로 여기지 못하고 꼰대들의 훈수로 여겨 콧방귀와 함께 하늘로 날려 버렸다. 그 경솔함의 대가로 얻게 된 교훈은 한 겨울의 북풍보다 매섭고 차가운 것이었다.      


부디 내 아들과 딸은 아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겸손의 중요성에 대해 수시로 가르치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부모의 교육이 자식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좋은 친구와 스승을 많이 보내달라고 기도를 한다. 만남의 축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성인으로 성장해 가면서 더욱 깊이 느끼게 되리라.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세상의 지혜와 지식, 통찰력을 개인이 모두 다 체험할 수 없기에, 그러한 요소들의 보고인 책을 가까이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다. 양서를 많이 읽게 되면 혜안이 열리고 머리가 명철해진다. 이전에는 자신의 경험한 만큼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양서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세상을 더 높이,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음식점이 오픈할 시간이 되어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갈매기들은 단체로 날아올라 하늘 위에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도 경쾌하게 걸었다. 가던 길에 만났던 철길을 다시 마주했다. 기차가 없는 철길은 앞뒤로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이 기찻길처럼 앞날이 시원시원하게 뚫리기를 바라본다.      


단지 지금은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뚝배기 파스타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나는 한 뚝배기의 유혹에 마음껏 빠져들고 싶다. 인생 뭐 있는가? 잘 먹고 잘 살다 가면 되는 것을. 행복이란 이름 아래 나는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살아간다.     


부산 송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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