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 한바구니 May 03. 2023

회전 교차로에서

배려의 미학


퇴근길에 마주하는 회전교차로가 몇 개 있다. 대부분 운전자들이 상호 양보하며 별 어려움 없이 회전교차로를 빠져나가지만 유독 나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대형마트 앞 회전교차로 두 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차와 직진하는 차들이 만나 정체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이로 인해 은근히 보이지 않는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회전교차로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운전자들은 가끔 접촉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회전교차로에서는 회전 차량이 우선이며, 만약 다른 곳에서 진입하려는 차량이 회전 차량과 접촉 사고를 냈을 경우 진입차량에게 100% 과실 책임이 있다. 따라서 진입차량은 회전교차로 진입 전 회전 차량이 들어오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회전 차량이 진입하게 되면 우선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해야 한다. 


©회전교차로, 출처 : 동아일보


법은 이런데...

현실은, '법은 멀고 차는 가깝다.'

먼저 들이대는 차가 우선이다. 특히 부산 차들은 범퍼를 먼저 들이대면 '이긴다.' 깜빡이는 거들뿐! 


부산 운전자들에게 있어 깜빡이 신호는 '내가 먼저 진입할게요.'가 아니라, '뒤차 어서 들어오세요.'로 받아들여진다. 깜빡이를 켜고 서서히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언제 왔는지 뒤에서 차량 한 대가 빵빵거리며 휙 치고 나간다. 확, 마!!!


사람의 진짜 성격을 알고 싶으면 운전을 시켜보면 된다. 여지없이 드러난다.  평소에는 세상 양반 같던 사람도 헐크로 돌변하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가끔 매너 그 자체로 보이는 사람을 보면 운전 한 번 시켜보고 싶다. 


© philriley427, 출처 Pixabay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약간의 여유와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차량 한 대를 양보해 주었다고 마치 경쟁에서 진 것처럼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양보해 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여유'와 '배려'라는 단어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양보를 받는 사람보다 양보를 해 주는 사람의 얼굴이 더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타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곳은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먼저 미소로 인사를 건네보자.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곧바로 좋은 인사를 건네올 것이다. '어머, 오늘 머리 이쁘게 잘 나왔네.'라고 치켜세워 줄 수 있는 여유, '오늘 피드백 최고야. 고마워요'라며 칭찬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길 바란다. 


퇴근길에 회전교차로를 만날 일이 있는가? 양보하여 진입차량을 먼저 보내줘 보자. 감사의 비상등을 켜주면 좋겠지만, 설령 표현하지 않는다 해도 내적 행복감은 생성된다. 이 행복감으로 인해 내 몸을 유익하게 만드는 행복 호르몬인 '내 뇌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이 엔도르핀은 우리 몸을 젊게 만들고, 각종 성인병과 암세포를 파괴하며 따라서 건강한 몸으로 장수하게 만든다. 


장수하고 싶다면 오늘부터라도 양보하고 배려하는 생활을 실천해 보자. 그리고 엔도르핀을 풍성하게 생성시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오랫동안 영위하기를 바라본다. 


이전 01화 송정 바다에서 내가 마주한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