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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야 Mar 19. 2024

불면증의 고통

단어 강박

불면증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전에 처럼 꼬박 하루를  새우는 날은  거의  없지만 깊이 잠들지 못하는 선잠을 자거나 피곤함에도 눈은 감기지 않는다.  단 몇 시간이고 푹 자지  못한다.


잠을  깊게  자지  못하는 요인 중에  강박적으로  단어가  떠오르면  그 단어를  기억해 내어야 한다. 그래야 불안이 가라앉는다.  예를 들어  '당근, 선택적 추론, 싱크로율' 등의 단어, 문장이다.  평상시  단어의 뜻이  궁금하면 찾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불면증이 있어 당근의  효능을 찾아보았다. 후배하고  대화 중에 그 효능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다음부터 단어가 강박적으로  떠올랐고  '당근'이라는  단어를 기억해야  기분이  안정되었다. 같거나 들어맞는 비율의  뜻을 가진  '싱크로율'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인지적 왜곡의  한 유형인 '선택적 추론'의 의미도 그 의미를  알아보다가 강박적 단어가 됐다.


취침 중에   단어들을   기억이  내어야겠다는 박은  기억해  낼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 들지 않는다. '이러다가 미치는 것 아냐'라는 강한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나에게 말해준다.  "기억해  내고 싶구나.  기억 내지  않아도 괜찮아." 라며  말해주면서  그  생각을  수용해 주고   토닥여준다.  "이것으로 미치는 것은 아냐"라는 인지적 재해석을  해준다.  [조율병의 변증법적 행동치료의  워크북]에서 '만일 당신이  미칠 것 같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 이런 공포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공황발작으로  인해  미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한다.


위 문장은  위안이  되었고  현재의 고통을  해결하는  큰 도움이  되었다.


불면증을 친구라 여겼다.  자도 좋고 안 자도 좋다.  밀쳐내려 할  때  강박적  사유는  나를 더  힘들게 한다. 허용해  주고  수용해 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임을 알았다.


단어적 강박증이 생긴 이유는 뭘까?  그 근원을  살펴보았다.  지식에 대한  강한 욕구이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나는 많은 지식을 알아야 해 ' ' 난 이해력이  부족해'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남들한테 인정받아야 해'  '그 어떤 부족함도  드러내지 말아야 해'라는 핵심신념이  깊게  뿌리 잡고 있다.  


불면증이  생기면서  평상시 가졌던  취약함. 열등감이  강하게  드러난 듯싶다.


{내 인생의 주역에서}는 무망(无: 없을 무, 妄망령될 망)이란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즉 ‘병이 없는 온전한 상태라야 할 수 있는 실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있는 상태,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도 그에 맞게 절제하여 일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크게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다.      


또한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만약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100일 정도는 자기 일상을 돌아보며 '잠자는 습관, 먹는 것, 감정을 쓰는 패턴, 관계를 맺는 방식, 운동 등 이런 걸 합적으로 살핀 뒤에 치우친 데가 있다면 균형을 잡는 일부터 시작해서 일상을 재구성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심각하지 않는 문제는 대부분 저절로 해결될 것이며, 그런 뒤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그때 약을 써도 늦지 않는다고 한다.


난 불면증에 따른 강박적 사고를 겪으면서  완전한 해결이 아닌, 병이 있는 상태,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도 그에 맞게 즉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절제와 균형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고자 한다. 오늘도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극복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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