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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Feb 07. 2023

MBTI에 대한 오해 (0) :
과몰입과 냉소 사이

당신은 MBTI를 어떻게 여기는가

   여러분에게 ‘MBTI’란 무엇인가?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수단, 근거가 빈약한 이론에 기반한 유사과학, 아니면 스몰토크를 채울 수 있는 유용한 안줏거리? 내 주변 사람들만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 보면 10명 중 2명은 첫 번째, 다른 2명은 두 번째, 나머지 6명은 세 번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MBTI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10~30대에게 핫하게 유행하던 심리 검사였다. 요즘은 그 열기가 조금 식어 예전만한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MBTI를 좋아하고 관심 갖는 사람들은 있다. 나는 MBTI를 상담에 활용하긴 했지만 오히려 처음 접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어린 시절 한 번 검사를 하긴 했지만, 대학교 4학년 정도가 돼서야 제대로 다시 알게 됐다. 주변에는 나보다 MBTI를 먼저 접하고 대화 주제로 많이 올리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많은 경우 MBTI를 ‘제대로’ 사용하는 모습은 많이 보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소위 ‘과몰입러’로, MBTI 유형 하나로 누군가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예측하려 했다. 이 사람들은 SNS에서 가볍게 소비되는 MBTI 관련 게시물을 자주 보면서 MBTI를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과몰입러’를 보고 기가 질린 듯 MBTI를 폄하했고, 혈액형 성격론처럼 유사과학에 지나지 않는데 사람들이 너무 미신처럼 신봉한다며 MBTI는 전혀 쓸모없고 무의미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MBTI를 적당히 재미있는 대화 주제로 삼았다. 이들은 과몰입도 냉소도 하지 않지만, 단지 그뿐이었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정도에 그쳤다.


   내가 봤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세 유형 중 어느 한 가지에 속했다. 나는 MBTI 전문가는 아니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며 이를 활용해본 입장으로서 앞의 두 가지 유형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 세 번째 유형은 건강하긴 하지만 생산적이지는 않아 조금 아쉽게 여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MBTI를 생산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과몰입러’가 많았던 데다가 몰입 자체도 생산적인 방향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MBTI는 적절히 잘 사용하면 나와 남을 이해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갖기 위해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과몰입을 하며 오·남용을 하는 것도, 냉소로만 일관하는 것도 별로 도움은 되지 않으며 단순히 재미로만 끝날 주제는 더욱 아니다. 물론 MBTI를 잘 활용하려면 MBTI의 내용을 더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MBTI가 가진 ‘심리 검사’로서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MBTI 관련 정식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과거 고객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MBTI를 활용하여 더 나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MBTI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즉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중심으로 풀어낼 것이기에 어렵고 딱딱한 내용은 거의 없을 테니 안심해도 좋다. 단 내가 전문가 수준은 아님에 유의하되,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MBTI에 너무 과몰입해서 오·남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MBTI를 건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과 타인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팁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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