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다이어트 (2) : 운동을 건드리지 않고 살을 빼는 방법
결심을 하긴 했지만 정작 시작은 바로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상식에는 ‘다이어트 = 많은 운동’이었고, 운동이 싫고 어색한 나는 계속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책을 한 권 읽어보라고 주셨는데 어떤 의사가 쓴 다이어트 요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읽은 지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은 별로 안 나지만 거기에는 대략 이런 지침이 쓰여 있었다.
1) 첫 날은 하루 종일 굶어서 위를 작게 만들고, 그 다음 날부터 평소에 절반씩만 먹는다.
2) 그러면 처음 열흘 정도는 몸에 힘이 없고 하늘이 노랗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몸이 원래대로 먹어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니 넘어가지 말고 꾹 참아라. 그 시기가 지나면 몸도 포기하고 줄어든 식사량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만약 절반씩만 먹는데도 위와 같은 현상이 안 일어나면 그조차 많은 양이라는 뜻이니까 3분의 1로 줄여라.)
3) 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공복과 보상심리로 폭식을 해버리면 식사량을 적게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동을 안 해도 살을 뺄 수 있다니!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는 반가운 마음에 나름 두꺼운 책이었는데도 빠르게 완독했다. 위에 쓴 것보다 더 많은 설명이 있었지만 가장 핵심은 저 정도였다. 살을 빼려면 매일매일 엄청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겁먹었던 나는 이것만큼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먹는 걸 줄이는 일도 살면서 해본 적이 없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살을 빼려면 이거라도 해야지 어떻게 날로 먹겠나 하는 양심은 있었으니까. 결국 큰 맘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위 지침에 따라 하루를 굶기로 했던 첫날은 중3 추석 연휴였다. 아직도 기억난다. 추석이라고 가족 모두가 할머니 댁에 방문했고, 명절이라고 맛있는 LA갈비를 구워주셨는데 나는 살을 빼겠다며 그것을 마다했던 순간을. 심지어 옆에서 냄새를 맡고 있으면 유혹이 커질까봐 아예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하다 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싶다. 그냥 그날까지만 먹고 다음날 시작하지……. 그때의 나는 눈에 뵈는 게 없었지만 지금의 나는 종종 그 순간이 떠오르면 미련이 생긴다.
하지만 그 정도로 독하게 시작한 만큼 식사량도 줄여가는 데 성공했다. 책에서 얘기한 대로 정말 처음에는 몸에 힘이 없고 뭔가 맛있는 걸 우걱우걱 먹어대고 싶은 욕구가 들었지만 꾹 참았다. LA갈비를 포기하면서 시작한 다이어트였기에 더더욱 참았다. 입에 고였던 눈물(?)을 꾹 참고 떠나보낸 LA갈비의 희생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