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다이어트 (3) : 성공과 과욕, 그리고 종점
그 결과 80kg으로 시작했던 몸무게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빠를 때는 일주일에 1kg씩 빠졌다. 이렇게 빨리 몸무게가 빠진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운동도 하지 않았으니 저 모든 게 체지방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는 기쁨을 그때 처음 느꼈다. 몸무게가 줄어들수록 내 투지는 더더욱 연장됐다. 추석 연휴가 있던 9월 말에 시작해 12월까지 대략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약 10kg이 빠졌다. 70kg쯤 되었을 때 나는 배를 중심으로 많은 곳이 가늘어졌음을 느꼈다. 항상 볼록했던 내 배가 얇아지다니, 너무도 소중했다.
그쯤에서 다이어트를 멈춰도 됐었건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이런 데서도 나올 줄이야. 나는 얼마나 살을 더 뺄 수 있을지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다시 살이 쪄서 옛날처럼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을 함께 느꼈다. 그래서 조금 다시 찌더라도 괜찮을 정도로 초안정권까지 살을 빼고 싶었다. 그러려면 십의 자리 숫자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안 그래도 식사량을 줄였었는데 종종 아예 굶기도 했다. 그렇게 하니 결국 4kg가 더 빠졌고 66kg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앞선 10kg 감량과 달리 다음 4kg를 뺄 때의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웠다. 몸무게가 빠지는 것이 별로 기쁘지 않았다. ‘아등바등 안 먹어서 억지로 빼봤자 나중에 뭔가 먹으면 금방 다시 찌지 않을까?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숫자가 다시 올라가면 어떡하나 두려워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더 컸다. 살을 빼고 건강해보이기 위해 시작했던 다이어트가 어느 순간 숫자에만 집착하는 고행이 되어버렸음을 느꼈다. 심지어 몸무게가 60kg대로 내려갔을 때는 주변에서도 나더러 너무 핼쓱하다고, 어디 아프냐고 걱정할 정도로 외견도 안 좋아졌다.
내가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내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목표가 없는 다이어트라는 점이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어디까지 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유지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살을 빼는 데에만 몰두했다. 집중력을 발휘한 건 좋았지만 목표 지점이 없으니 도를 넘었음도 자각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다이어트는 시작뿐만 아니라 끝이 있어야 함을 알았다. 절식과 단식을 이어가다 제풀에 지친 나는 그제서야 다이어트를 멈췄다. 살을 뺐다는 성취감과 더 빼보자는 욕심이 뒤섞여 끝을 모르던 불균형한 다이어트의 종지부를 찍었다.
대략 고등학교 1학년 중반까지 했던 다이어트를 끝내고 유지 단계로 들어가며 식사량이 다시 늘었다. 그러다보니 몸무게가 71~73kg 정도로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이 낫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괜찮게 보이는 몸무게, 다이어트의 적정선을 인식했다.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고3 때까지 계속 신경 쓰며 관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