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다이어트 (4) : 반성과 에필로그
1차 다이어트는 양적으로는 큰 성공이었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난 지금 보니, 질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무게가 줄면서 근육량도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이는 기초대사량을 낮춰 요요현상의 위험을 더욱 키웠을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고 살을 뺀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첫 다이어트에 도전하게 이끌어준 유인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는 것에는 방해가 되는 양날 검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의 관계와 중요성은 한참 지나 2차 다이어트를 할 때쯤 알게 되었다. 1차 다이어트 때는 이를 전혀 몰랐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이어트를 끝내고 유지에만 신경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먹는 양만 조절했을 뿐 운동은 여전히 거의 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 스트레스와 줄어든 운동량 등으로 인해 살이 찌기 쉽다는 고3 때도 나는 몸무게가 별로 늘지 않았다. 왜냐면 근육량은 늘리지 않았더라도 먹는 양을 열심히 조절하며 지냈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어차피 대학 가면 살이 빠진다’는 말을 믿고 속 편하게 먹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렇게 힘들게 했던 다이어트 결과를 고3 때 수포로 돌리고 싶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걸 대학생 때 또 다시 하라고? 대학 붙고 나면 신나게 먹어도 모자랄 판에? 절대 싫다는 일념으로 고3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no근육’ 다이어트로 인해 살찌기 쉬운 상태가 되었음에도 10대 특유의 원활한 신진대사와 엄청난 자제력으로 용케 버틴 것 같다.
어쨌든 무사히 고3 시기를 보낸 나는 대학교에 올라와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다행히 재수도 하지 않고 한 번에 붙었기 때문에 1년 동안 더 참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 너무 빠졌던 걸까? 생활환경이 달라져서인지 고등학교 때 열심히 참았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나는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잊어가며 먹는 것에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3년간 갇혀있듯 지내며 급식실과 매점만 전전했던 나에게, 대학생이 되며 접한 다양한 맛집들은 나에게 자유로운 삶의 상징이자 지난 3년에 대한 가장 큰 보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가 사주는 게 아니라 내 돈으로 먹는 것이기에 더 소중하고 맛있었다. 부모님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과외로 생활비를 해결하면서 돈은 많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가끔 먹게 되는 음식들이 각별할 수밖에. 그래서 저렴하고 양이 많은 학식이든 비싼 학교 밖 맛집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 먹었다.
어쩌면 그 모습은 2차 다이어트의 복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마치 후속편을 암시하는 영화 마지막 쿠키영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