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다이어트 (2) : 드러난 업보
2년간 절제 없는 방탕한(?) 식생활을 보내다가 드디어 전역을 맞이했다. 바로 다음 학기에 복학해 3학년을 다녔다. 싼 물가로 이것저것 먹을 수 있었던 군대와 달리 사회는 여전히 물가가 비쌌지만, 1학년 때부터 오랜 친구였던 학식과 각종 카페 학생 할인이 여전히 든든했다. 그리고 한없이 쪼들리기만 했던 저학년 때와 달리 이제는 금전적으로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먹는 것에 돈을 너무 아끼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굳이 몇천 원에 쩔쩔매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일까, 환경이 바뀐 만큼 군대 시절보다는 먹는 양이 줄었지만 그때 사라진 리미터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4학년 1학기 때 교생 실습을 가게 됐다.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을 해야 했는데 묘하게 와이셔츠 핏과 바지 사이즈가 신경 쓰였다. 와이셔츠는 핏이 좋으면 멋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면이 얇아서 뱃살이 잘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다. 교생 실습을 다니면서 와이셔츠를 입을 때마다 어느새 늘어난 뱃살을 제대로 느꼈고, 정장 바지를 입으면서 허리 사이즈가 커졌음을 자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인생에 딱 한 번 있는 교생 실습인데 살도 좀 빼고 수트 핏 잘 나오게 해서 다닐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생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보내주던 학생들은 참 착했던 것 같다.
어쨌든 교생 실습과 함께 5월이 지나고 6월에 들어서면서 슬슬 위기의식은 짙어졌다. 하지만 예전에 다이어트를 했던 기억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다시 시작하기를 주저했다. 살을 뺐던 기간보다 열심히 먹었던 기간이 훨씬 더 긴데, 그 관성을 어떻게 쉽게 이겨낸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어떤 글과 영상들을 보게 됐다. 비만의 각종 단점을 소개한 내용이었다.
비만의 단점이야 하도 많아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지 꽂힌 것들이 있었다. 20대부터 당뇨병에 걸려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고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짜고 달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어 아직 젊은데도 고지혈증, 고혈압이 생기거나 위와 췌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 복부비만이 심하면 성기능이 저하된다는 이야기, 근육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점, 비만이 심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 등등.
안 그래도 다시 늘어난 뱃살에 찔리는 마음이었는데 이런 것들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내가 어느새 이런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1차 다이어트 덕분에 고등학교 이후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내가 한때 살이 많이 쪘었다고 얘기하면 믿기 어려워할 정도로 크게 바뀌었는데, 그게 전부 도루묵이 된 것 같았다. 나름 큰 성취라고 생각했기에 그 성취가 무의미해졌다는 기분도 들었다.
몸무게를 재보니 81.5kg이었다. 중3 때보다도 더 늘어난 몸무게였다. 결정적인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았을 때 뱃살이 접히는 내 모습도 싫었고, 더운 여름에도 살 때문에 실루엣이 잘 드러나는 얇은 옷을 입기 부담스러워진 상황도 싫었다. 한창 상태가 좋아야 할 20대인 내 몸의 기능이 비만 때문에 떨어지는 것도 싫었고, 그것 때문에 남들 앞에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이대로 더 방치했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2차 다이어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