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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Jun 12. 2023

운동이 싫은 나의
가성비 다이어트 성공기 (2)

1차 다이어트 (1) : 사소하지만 강력한 이유

   어렸을 때부터 나는 많이 먹는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부정적인 반응은 거의 없었다. 어른들은 오히려 복스럽게 먹는다고 좋아했고, 더 주면 줬지 적게 먹어야 한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삼남매 집의 둘째였기 때문일까? 한창 클 나이의 세 사람 앞에 오래 남아있을 간식은 거의 없었다. 여유 있게 아껴 먹다간 위아래에 금세 빼앗길 수 있으니 철저하게 ‘내 것’을 쟁취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눈앞에 맛있는 게 있으면 무조건 먹어야 성이 차는 아이로 자랐다.



   게다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운동량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달고 살던 아토피는 체온이 올라가고 땀이 나면 더 심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체온이 올라가고 땀이 나는’ 운동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을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었어서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주눅 들다 보니 더더욱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운동을 안 해서 못하게 된 건지, 못하니까 안 하게 된 건지는 아직도 조금 헷갈리지만.



   그러나 사춘기가 오자 슬슬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되고 몸무게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보건소에서 인바디라는 것도 처음 해보며 이미 살이 좀 쪄있다는 걸 알긴 했지만, 겉으로 볼 때는 조금 통통한 느낌이어서 위기의식까지 느끼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때는 아직 살찐 상태를 알아보는 눈이 아직 없었던 걸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 중3이 된 어느 날, 교회에서 또래와 어울리던 중이었다.



   교회 친구들끼리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사진 속 나는 분홍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살 아래 여자 동생이 사진 속 나를 가리키며 ‘핑크 돼지’라고 놀렸다. 지금 생각하면 중학생 특유의 무례함이지만 그때의 나는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돼지’라는 놀림에 충격을 받았다. 무안함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꽤나 통통해 보여서 반박하기도 힘들었다.



   그러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지원을 고민할 때가 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우리 중학교에서 거의 지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 학교에 가면 중학교 때 친구들이 거의 혹은 아예 없는 상태로 시작을 할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



   본의 아니게 과거를 묻고 새롭게 출발한다면,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 얼굴이 딱히 잘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살 때문에 외모에 마이너스 요인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돼지라는 말도 듣기 싫었다. 타고난 얼굴은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살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지 않은가. 시작은 불쾌했지만 어쨌든 나름 건설적(?)인 방향으로 정제된 내 인생 첫 다이어트 결심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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