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다이어트 (5) : 식이 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
글로는 짧게 썼지만 실제로 내 식습관이 바뀐 것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루어졌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적당히 배부른 산뜻함’과 ‘배고프지 않은데 무언가를 굳이 더 먹어 속이 더부룩해짐’이라는 감각을 느끼게 된 점이었다.
이게 왜 중요했냐면 어렸을 때부터 자리 잡은, 먹을 것이 있다면 최대한 많이 먹고 아주 배부를 때까지 먹는 습관이 이로 인해 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려 한 번에 너무 많이 먹거나 배가 그렇게 고프지도 않은데 눈앞에 음식이 있다고 반사적으로 집어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는 감각을 느끼며 후회한 적이 종종 있었다. 특히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많이 먹었을 때 그 감각은 더더욱 뚜렷했다. 자연스레 그런 음식을 먹는 양과 빈도를 줄이고 건강한 음식이나 채소가 섞인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적당한 양을 먹어 배가 알맞게 찼을 때 속이 불편하지 않은 쾌적함을 느끼며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먹게 되었다.
이러한 몇 번의 반복 경험을 통해 먹는 양과 종류에도 어느 정도 유동적인 조절이 필요함을 말 그대로 ‘몸으로’ 느꼈다. 물론 ‘건강한 음식 위주로 적당히 먹어야 해’라고 머리로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이 내 식습관 변화에 더 큰 효과를 주었다. (쓰고 보니 나 스스로에게 행동 치료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만 식이 조절에서 내가 가장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바로 ‘마음가짐’이었다. 갑자기 웬 진부한 얘기냐고? 하지만 진짜였다. 2차 다이어트 때 내 식단이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진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성공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과거에 가진 식습관의 관성을 이겨내고 새로운 습관을 정립한 토대였기 때문이다.
내가 2차 다이어트 때 가진 마음가짐은 간단했다. ‘맛있는 것이 있다면 꼭 먹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이건 ‘맛있는 걸 먹으면 안 된다’와는 다르다. 종종 맛있는 걸 먹으며 즐기는 것도 좋지만,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걸 먹는 행동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배가 고프고 무언가 먹어야 할 때, 그 타이밍에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면 적당히 먹으면 된다. 요컨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선택’이지 ‘당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마치 당위인 듯 기회가 생길 때마다 열심히 먹었다. 내 몸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러다보니 눈앞에 맛있는 게 있는데 먹지 못하면 아까워하고 손해처럼 여겼다. 하지만 이를 선택의 영역에 두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그것을 먹을 수 있지만 지금은 살을 빼기 위해 먹지 않는다.”
“먹더라도 여유가 있을 때, 가끔씩 그것이 매우 땡길 때 먹기로 선택한다.”
“나는 내가 먹는 메뉴를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맛있는 것을 참을 때도 나만의 이유와 목적이 있으니 참을만해졌다. 먹을 때도 내가 먹기로 정하고 먹은 것이라 괜한 죄책감 없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자주 먹었다면 별 감흥이 없거나 질릴 만한 음식도 가끔씩 먹으니 더 각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덤이다.
음식과 식사에 대한 관점이 이렇게 바뀌고 나니 식습관에 대한 주도권이 나에게 생긴 기분이었다. 이전에는 음식이 나를 홀리고 음식에 끌려다니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내가 음식을 선택하고 조절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비단 과거의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보더라도, 겉으로는 본인이 메뉴를 선택한 듯싶지만 실은 당류와 정제 탄수화물과 지방 등에 매료되어 그것을 먹는 것에 생각이 ‘유도된’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걸 먹는 게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무슨 음식이든지 너무 무절제하게 먹는다면 자신과 음식 간의 관계 설정이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와 음식 간의 관계에서 내가 수동적인 객체로 음식에 끌려다닐 때 나타나는 현상은 맛있는 음식이 보이거나 생각날 때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듯 갇히는 것이다. 항상 맛있는 – 주로 자극적인 – 음식만을 추구하다 보면 건강하거나 소박한 끼니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 다이어트를 하며 맛있는 것을 참는 모든 순간이 괴롭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워진다. 그런 심리 상태로는 다이어트가 오래 갈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결국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음식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를 돌아보고 바꾸지 않는다면 다이어트는 길든 짧든 ‘일시적·비일상적’인 상황에 불과하고, 언제든지 그만두는 순간 ‘익숙한·일상적’인 예전 상태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즉 장기적으로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려면 식단 조절이라는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식습관에 대한 나의 마인드셋 자체를 건드리고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음식을 절제할 때 덜 힘들고 오히려 항상 참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면 가끔씩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괜한 걱정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그 순간과 그 음식을 오롯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