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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Jul 25. 2023

운동이 싫은 나의
가성비 다이어트 성공기 (12)

2차 다이어트 (7) : 운동은 나 자신과의 결투

   내가 2차 다이어트를 시작한 때는 6월 중순이었다. 하필 여름에 막 접어들 때 시작한 거라 운동 초반에는 귀찮기도 했지만 덥기도 했다. 게다가 당시 아토피가 엄청 심했기 때문에 더워진다는 것은 내 피부 컨디션에 아주 치명적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 판에 운동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체온을 올리고 땀을 흘린다?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거부했을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근력운동은 하자고 이미 나 자신과 타협을 해놓은 상태였기에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었다.



   그나마 아침 기온이 높지 않을 때는 선풍기를 바로 옆에 틀어놓고 운동을 했다. 언젠가 ‘운동하다 다치지 않으려면 체온이 올라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나는 그걸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며 7, 8월이 되자 아침 기온마저 선풍기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아예 창문을 닫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리며 최대한 시원한 환경에서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며 더워질 때마다 가려움이 심해질 것 같은 반사적인 두려움이 있었지만 꾹 참고 해냈다. 아토피의 천적인 한여름에도 말이다.



   ‘66일의 법칙’을 아는가? 꽤나 오래된 이야기인데, 어떤 한 가지 일을 66일 동안 지속하면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아 나중에는 알아서 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하는 운동에 대해서만큼은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운동을 하면서 단 하루도, 단 한 순간도 ‘아, 슬슬 운동이 좋아졌어. 하다 보니 재밌는 걸. 더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 운동하기 싫다. 오늘도 해야 하나? 왜 인간은 운동을 해야만 건강해지는 신체구조로 설계된 걸까?’와 같은 생각과 싸워야 했다. 3차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지금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재미가 붙고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에 가깝다.



   다만 바꿔 말하면 나는 매일매일 운동이 결코 하기 싫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했다. 하기 싫어, 귀찮아, 아프고 힘들기만 한데,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지만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운동을 했다. 비록 그 양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코웃음도 안 나올 정도로 적다하더라도. 이유는 단 하나, 내가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운동 안 하면 해코지하겠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내가 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운동을 못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일에 실패한다? 그건 100% 나의 의지박약 때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렇게 나의 나약함을 보기는 싫었다. 물론 운동하면서 귀찮고 덥고 힘들고 가렵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건 절대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보다도 훨씬 열악하고 거지같은 군대 훈련소 생활도 어떻게든 견뎠다. 비교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곳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을 핑계로 운동을 관두면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울 뿐더러 그 기억 때문에 나중에는 다시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 의미 없는 66일이 지날 때쯤 계절이 바뀌며 다시 시원해지기 시작했고, 피부 상태도 점차 좋아지면서 운동할 때 느껴지는 어려움이 줄어든 것이다. 오히려 그때 가서는 ‘이전의 더 힘든 상태에서도 운동을 해왔으니 더 좋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운동을 안 할 핑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꾸준히,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운동을 지속했다.






   그 결과 확실히 근육이 늘었다. 헬스장 형님들처럼 빡세게 한 건 아니지만 분명히 결과적으로 발전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살도 많이 빠지니 복근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델처럼 선명하진 않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복근이었기에 소중하기 그지없었다. 작지만 나에겐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였다. 2차 다이어트 중후반부터는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성취감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도나마 근육을 늘렸다는 성취감, 겨우 얻어낸 이 성과를 수포로 돌리지 않겠다는 본전 생각(?)이 운동량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도록 붙들어준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느낀 건 조금이라도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잠깐 반짝하듯 많이 하다가 금방 그만두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점이다. 한번 한번의 효과는 미미했을지 몰라도 그게 시간을 두고 계속 쌓이니까 점점 누적되어 눈에 띌 수준까지 다다랐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조금이라도 차근차근 쌓아나가니, 처음부터 제대로 많이 하지 못할까봐 주저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애초에 금방 그만두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 또한 내 목표였기에 이로 인한 결과가 더욱 뿌듯했다.



   돌아보면 2차 다이어트 때 운동을 하면서 근육보다도 정신적인 면에서 더 많은 소득이 있었던 것 같다. 살면서 제대로 해본 적 없던 운동을 시작했고, 정말 하기 싫었던 운동을 꾸준히 지속했고, 심지어 그 양을 늘리기까지 했다. 매 순간이 과거의 관성을 가진 나와 싸워야 하는 순간이었다. 하기 싫어하는 나를 몇 번이고 베어가며 운동에 나를 밀어 넣었다. 그 결과 몇 번의 전투에서는 패했을지 몰라도 전쟁은 승리했다. 근육도 조금 늘었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더욱 늘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는 앞서 얘기했던 식이 조절과도 관련이 있었다. 하기 싫은 운동을 꿋꿋이 해나가던 그 의지로 먹는 것 또한 참아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운동은 움직여야만 성공이지만 식이 조절은 가만히만 있어도 성공이기 때문에 먹는 걸 참는 것 쪽이 난이도는 훨씬 낮았다.)



   그래서 나에게 운동은 나를 관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운동을 하는 순간이 결코 즐겁지 않은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운동 자체를 해서라기보다 게을러지려는 나를 다잡고 또 한 번 자기통제에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근육과 몸매는 그에 뒤따르는 결과물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나는 운동이 싫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얻게 되는 자기통제감과 자기효능감이 좋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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