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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Aug 02. 2023

운동이 싫은 나의
가성비 다이어트 성공기 (13)

2차 다이어트 (8) : 변화와 성취의 맛

   2차 다이어트는 대략 2년 동안 이어졌다. 그중 1년은 감량 모드였고 나머지 1년은 사실상 유지 모드였다. 감량 기간 동안 체중은 최대 12kg까지 빠졌는데, 유지 기간에는 71~73kg 대를 오르내렸다. 최대 감량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70kg 이하로도 내려갔지만, 1차 다이어트 때 이 구간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굳이 무리해서 더 빼지는 않기로 했다.



   몸무게가 줄어든 것은 비단 수치로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살이 빠지는 과정 중에도 문득 전보다 나아졌음을 실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뱃살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서 있을 때나 앉아있을 때나 뱃살은 항상 일정 수준 부풀어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높이가 조금씩 낮아졌다. 배를 쓰다듬어보는 손이 이전에는 작은 동산을 오르내렸다면, 나중에는 평지나 약간의 언덕을 지나다녔다.



   앞쪽의 뱃살만큼이나 늘어있던 옆구리살도 많이 빠졌다. 하지만 이때는 이상하게도, 몸무게가 줄어들면서 뱃살은 계속 빠졌는데 옆구리살은 딱 한 움큼을 남기고 더 빠지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정도였지만 매일같이 몸을 체크하는 나로서는 은근히 계속 신경 쓰였다. 그러다 유지 모드에 들어가면서 옆구리살은 결국 미완의 숙제로 남게 되었다― 이 숙제를 마침내 해결한 것은 훗날 3차 다이어트 때였다.



   한편 썰물 때 땅이 드러나듯 복부지방이 빠지니 그 밑에 감춰진 복근도 조금씩 드러났다. 완전 선명한 식스팩! 까지는 아니었지만 60% 정도는 윤곽이 드러났고 나름 딱딱한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푸쉬업과 스쿼트의 결과로 가슴 근육, 팔 근육, 허벅지 근육이 늘었다. 풀업 운동까지 한 건 아니라서 등 근육은 아주 조금만 늘었지만, 그마저도 나에게는 소중했다. 게다가 꾸준한 운동을 통해 만들어서 그런지 1차 다이어트 때보다 체형이 탄탄해진 느낌이 물씬 났다.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살이 빠진 것이 실감나는 순간도 여럿 있었다. 늘 입던 바지의 허리가 너무 헐렁하게 느껴져 벨트를 해야겠다고 느낄 때, 늘 앉던 의자에 앉았는데 뱃살이 접히지 않을 때, 길을 걷다 문득 배에 손이 갔는데 근육이 느껴질 때, 살이 빠진 것 같다고 여러 명이 알아볼 때, 상의를 입을 때마다 늘 툭 튀어나오던 뭔가가 나오지 않을 때, 아침에 일어나거나 낮에 돌아다닐 때 몸이 무겁지 않고 가볍다고 느낄 때 등등. 체중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체형이 다듬어지고 건강이 좋아지면서 정신적으로도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2차 다이어트를 통한 가장 큰 소득은 무엇보다도 ‘건강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성공한 첫 경험’ 그 자체였다. 그 안에는 미지의 세계였던 다이어트와 자기 관리의 길에 발을 들여놓고, 일부러라도 피했던 운동에 자발적으로 손을 대고, 한계 없이 먹어대던 식욕과 식습관을 스스로 통제하는 새로운 경험이 있었다. 또한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하고,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참고, 하루 단위로는 별로 변화가 느껴지지 않음에도 꾸준히 매일의 실천을 적립하고, 익숙하게 여겼던 과거의 관성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조정하는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몸으로 만들어 낸 결과는 정신에도 스며들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그저 학교 체육 수업에서 운동을 시키기 위한 잔소리인줄만 알았는데, 그 말이 사실임을 “몸소” 체감했다. 몸이 가벼워지니까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또 겉으로 볼 때 좋아진 체형과 속에서 느껴지는 성취감이 나의 자신감이 되었다. 평소 축 쳐졌던 자세가 조금씩 펴지면서 평균적인 심리 상태도 좋아졌다. 약간의 긍정과 낙관을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나고 나서야 생각하는 것이지만, 2차 다이어트가 당시에는 나를 깎아내는 일이라고 느꼈는데 다시 보니 나를 챙기는 일이었던 것 같다. 1차 다이어트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너저분해진 내 삶에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으니까. 다이어트를 통해 돈도 아끼고 몸과 마음의 건강도 얻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원래의 목적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본 셈이 되었다.



   다만 이때는 식이 조절과 운동에 대해 처음으로 알아보던 시기였기에 영양 관리에 대한 자세한 지식은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기껏해야 칼로리와 단백질 정도만 신경 쓰면서 16:8의 간헐적 단식을 하는 수준이었다.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 탄수화물(당질)의 종류니, 탄단지 밸런스니, 저탄고지니, 혈당과 호르몬이니, GI·GL지수니 등을 알게 된 건 다 3차 다이어트 때였다.






   여하튼 초보적이었지만 나름 성공적이었던 2차 다이어트는 시작한 지 정확히 2년 3개월이 지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취직 때문이었다. 취직 후 새로운 패턴의 삶을 살면서 내 일상에는 전례 없던 물결이 들이닥쳤고, 기존의 생활방식이 완전히 뒤집어지면서 내 다이어트 루틴까지 같이 그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다. 2편으로 끝나고 ‘happily ever after’로 마무리하면 좋았을 다이어트가 의도치 않게 3편을 예고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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