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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Sep 13. 2023

운동이 싫은 나의
가성비 다이어트 성공기 (18)

3차 다이어트 (5) : 성공적인 결과

   이전 편에서 많은 정보를 적어두긴 했지만 실제로 그만큼 모든 걸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그렇게 살면 너무 피곤하니까. 다만 내가 3차 다이어트 기간 동안 지침으로 삼았던 나만의 규칙은 아래 몇 가지 정도였다.



1. 하루 2끼 중 최소 1끼 이상은 샐러드 또는 그에 준하는 소박한 집밥을 먹는다.
2.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체 식사 등) 탄수화물 중심의 메뉴로 끼니를 해결하지 않으며, 매일 섭취할 단백질을 충분히 먹도록 메뉴를 정한다.
3. 카페에서 음료는 블랙커피 또는 달지 않은 차를 마시고, 디저트나 간식은 칼로리를 살펴본 뒤 제한적으로 먹는다.
4. 늦어도 저녁 8시 이후에는 공복을 유지한다.
5. 매일 정해둔 루틴대로 운동한다.



   허나 다이어트 초기에는 어째선지 이래저래 맛있는 걸 먹을 기회가 많아서 열심히 먹어버린 날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그럴 수 있어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생각으로 원래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 느려지는 때가 있더라도 결코 멈추지는 말자는 각오였다.



   그러다보니 점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간식을 먹지 않아도 괜찮게 느껴지고, 아예 먹지 않아도 가뿐한 날이 생겼다. 평균적인 식사량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적게 식사를 하더라도 참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일까? 2차 다이어트 때는 끝까지 빠지지 않았던 옆구리살이 이번에는 몇 달 만에 빠지게 되었다. 운동도 조금씩 감을 되찾으며 양을 늘리다보니 이제는 2차 다이어트 때보다도 더 많은 양을 하게 되었다. 식단과 운동 모두에서 양과 질 모두를 향상시킨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규칙들이었지만 몇 달 동안 계속 반복하니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끼니, 간식, 운동을 모두 건드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약 6개월 만에 10kg 감량을 달성했고, 그로부터 약 100일 뒤에는 처음 목표했던 12.5kg 감량을 달성했다(정확히는 –12.8kg을 기록했다.)






   1,2차와 달리 3차 다이어트를 하면서는 나의 체중 측정 결과를 주기적으로 기록했다. 체중 변화의 추이와 평균 속도 등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쌓은 데이터로 그래프를 만들어보면서 발견한 특징이 있었다. 몸무게가 항상 줄어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상하게도 한동안 계속 유지되는 구간이 있고, 때로는 일시적으로 조금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구간을 ‘슬럼프’로 기억한다. 분명 덜 먹고 더 참고 더 움직이고 있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 이제 여기까지가 한계인걸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물론 그 기간 중 은근슬쩍 나에게 먹는 것을 좀 더 허용한 시기도 있었다. 그때에는 나름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진짜 양심에 손을 얹고 제대로 식단 조절 중인데 이렇게 안 빠진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처음 설정한 목표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던 걸까, 그냥 여기서 만족하고 멈춰야 하나 싶은 생각도 종종 들었다.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가 위로와 응원을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다이어트를 할 때 너무 갑자기 빠지는 것도 건강하지 않고, 몸무게가 줄어들 때 몸이 한동안 적응하면서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기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몸무게는 그대로일 수 있지만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 이야기가 나에게는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몸무게를 잴 때 수치가 비슷하더라도 내가 할 일은 동일하다. 나는 항상 늘 그랬듯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 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면 된다. 그러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언젠가 변화가 생길 테니까. 그렇게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다잡고 루틴을 유지해갔다. 며칠 정도의 단기간의 변화에는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실제로 좀 더 시간이 지나니 슬럼프 구간을 뚫고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신기한 것은 슬럼프 구간이 지날 때는 며칠 사이 몸무게가 몇 백 그램에서 1kg 이상까지도 한 번에 줄었다는 점이다. 그런 날에는 놀라서 내 눈을 믿지 못하고 몇 번씩 다시 확인해보고 나서야 기뻐했다. 무엇이 그런 효과를 낸 것인지 아직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꺾마’ 마인드가 한몫 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한편 3차 다이어트는 2차 다이어트에 비해 숙련도만큼은 전반적으로 높았다. 아무래도 2차 다이어트 때 겪고 배운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마음가짐을 더 잘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영양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알게 되면서 보다 효과적이면서도 건강한 식단을 시도할 수 있었다. 운동도 요일마다 부위를 나눠서 하는 만큼 한 번이라도 빼먹으면 전체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다는 생각에 빠짐없이 했다. 2차 다이어트 때보다 더 철저하게,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했기 때문인지 운동량을 늘리는 속도도 그때보다 조금 더 빨랐던 것 같다.



   특히나 탄수화물과 당류를 줄인 건 확실히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식단 관리를 하면서 하루에 먹는 총 칼로리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평소에 먹던 식단에서 정제 탄수화물이 줄어들고 당류가 많은 간식을 크게 줄인 것도 분명 한몫 했을 것이다. 옆구리살이 빠르게 빠진 것도 이 때문이라 본다. 물론 결코 쉽지 않았다. 먹는 양을 조절한다 해서 입맛까지 싹 바뀐 건 아니니까. 맛있는 음식에 충동을 느끼는 정도와 빈도가 과거보다는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를 유혹하는 음식들은 많다. 다만 대부분 참을 뿐.



   식단 조절을 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소득도 있었다. 샐러드를 자주 먹게 되면서 채소를 평균적으로 좀 더 많이 먹게 되었고, 햄이나 소세지 같은 가공육류는 거의 또는 아예 안 먹기까지 했다. 그게 아무래도 내 장 건강과 피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 그 증거로 요즘의 내 피부 컨디션은 폭염이 이글거리는 한여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좋아졌다. 약을 먹거나 바르기도 했지만 그건 당장의 증상을 완화시켜 줄 뿐이니, 근본적인 피부 면역력의 회복은 충분한 수면으로 뒷받침된 건강한 식단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또한 평상시 속이 편안해지고 더부룩한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가공육류를 줄인다는 건 생각조차 못했는데, 의도치 않게 해보고 나니 육류 자체를 아예 안 먹는 게 아니라 가공육류만 제외하는 건 의외로 할 만한 일이라는 점도 느꼈다. 2차 다이어트 때도 먹는 양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기는 했지만 먹는 음식의 종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때보다 지금 훨씬 더 건강하게 먹게 된 것이다. 특히 채소는 예전엔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굳이 찾아먹지는 않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채소가 별로 없으면 뭔가 아쉽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옛날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변화이기에 신기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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