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이야기를 마치며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의 3차 다이어트는 진행 중이다. 정확히는 유지 모드로 바뀌긴 했지만.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만 빼는 것이 아니라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 전반을 바꾸는 것이기에 ‘평생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4차 다이어트’는 없기를 바란다. 체중 감량을 하고 나서 매번 느끼는 것은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다음엔 절대 다시 못할 것 같다’는 감각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내가 집중적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생활패턴을 맘대로 만들 수 있었기에 적게 먹어도 부담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원하는 메뉴를 언제든 선택할 수 있었다. 운동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짬을 내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직장을 다니게 되면 그러기 어려워질 것이다. 바뀐 생활패턴 속에서 적응할 방법을 찾으면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아마 이전 같은 효율과 효과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조차도 내가 이뤄내야만 실현 가능한 희망적 관측이다. 안 좋은 시나리오는 이미 겪어봐서 알고 있으니까. 2차 다이어트가 취업 이후 끝났고 이어서 건강이 크게 망가진 기억이 아직 흐려지지 않았다. 공든 탑이 한 번 무너지고 겨우 다시 쌓아올린 직후이기에 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와는 다른 내가 있다. 매 번의 다이어트를 성공할 때마다 과거와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달라진 내가 있었다. 2차 다이어트 때는 취업 이후의 생활을 그려보지 못했고 이후 밀려오는 물결에 거의 휩쓸리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건강해졌고, 의지가 강해졌다. 되찾은 건강을 또다시 허무하게 잃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고 생활패턴을 만들어갈 것이다. 또한 내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환경을 찾고 선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 경험을 통해서 건강이 다른 무엇보다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건강이란 자산상태와 비슷하게 꾸준한 저축이 있어야 안 좋은 상황이 오더라도 충격을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고, 평소에 저축을 소홀히 하며 지출만 펑펑 한다면 금세 바닥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채무가 순식간에 불어나는 것 같다. 젊어서 펑펑 쓸 때는 그렇게까지 심각한지 잘 못 느끼다가 나이가 들수록 그 후폭풍이 점점 강하게 체감되는 것까지 비슷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건강관리는 자산관리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꾸준하게, 장기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몇 년에 걸쳤던 3번의 다이어트를 되돌아보면, 각각은 나의 건강을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음에 낀 독소를 빼내며 새로운 힘을 얻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건강해지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고, 건강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또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겠지만, 이전처럼 나를 크게 망가뜨리지 않고 건강한 루틴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살고자 한다. 감당할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방어해가며 적정선을 지켜내는 삶을 살고 싶다.
동시에 나의 다이어트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했던 방식이 모범 답안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누구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고 누군가는 따라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이 너무 싫고 다이어트를 해본 적도 없던 한 사람이, 운동을 최소한으로 하면서라도 건강하게 살을 빼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해서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각자에게 맞는, 필요한,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 시도할 수 있는 동기부여만 되더라도 좋겠다. 그렇게 해서 이전보다 한 뼘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며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다이어터에게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