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진단 후에 가장 슬펐던 일은 유방암 치료과정 중에 발생하는 탈모인 것 같다.
AC항암제 투약 후에 14일이 지난 후에는
어김없이 머리가 빠진다.
드라마 속 암에 걸린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머리가 빠지는 모습을 가끔 보긴 했지만
내 머리가 빠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긴 머리에서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
언니는 14일이 되기 전에 가발을 맞추러 가야 한다고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고
13일이 되던 날까지도 내 머리카락은 아무리
잡아당겨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14일의 과학은 나를 비켜가지 못했다.
14일이 되던 날
갑자기 머리다 착 가라앉더니…
어깨에 머리카락이 묻어 나오기 시작됐다.
조퇴하고 온 언니랑 홍대에 가서 가발쇼핑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힐링햇이라는 암환우들을 위한 항암가발 비니등을 파는 곳에 갔는데
직원분이 안쓰러워하면서 내 어깨에 묻어 나온
머리카락들을 손으로 떼어주셨다.
“이제 빠지기 시작하네요…. “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 가발을 하나 골라 머리에 썼는데 너무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은 내 모습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또 새로운 가발집에 가서 가발을 쓸 때마다
아직 머리카락이 있는 상태여서 그랬는지
왜 이렇게 안 어울려 보이던지ㅠㅠ
나이는 이십살이 껑충뛴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고
현실감이 없어진 느낌….
그리고 다행히 그나마 자연스러워 보이고 지금 머리색이랑 비슷한 단발 가발을 사고 앞머리를 잘랐다…
월화수목금….
머리가 빠지는 양이 기하급수적이었다
머리를 빗거나 샤워하러 머리를 감으면
손가락에 묻어 나오는 머리카락 수가 셀 수 없이 많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 하염없이 울었다
암 걸린 것도 너무 억울했지만 그보다 가장 슬픈 건
머리카락이 없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암에 걸렸지만 멀칵이 빠지지 않았다면
좀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머리카락이 다 빠질 때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토요일에 모자를 쓰고
1인샵 미용일을 찾았다
“ 저… 혹시… 제가 항암 중인데 머리카락이
빠져서 그런데… 삭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네 그럼요~~~”
처음 보는 미용사 언니는 너무 안타까워하면서
조심조심 머리를 밀어줬다.
빡빡이가 되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숭덩숭덩 빠진 골룸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
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고
내 모습도 나 빠보이지 않았다.
내 인생에 언제 한번 삭발을 해보겠는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머리를 감는 것도
수월하고 다양한 가발로 스타일링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예쁘다고 ….
그래도 나는 귀하다고…
그렇게 나는 빡빡이가 된 나를 받아들였다…
항암이 끝나면 진짜 머리가 쑥쑥 잘 자란다
항암을 시작해야 하는 환우분들이 있다면 용기 내서
치료를 받으셔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암치료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바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순간이었고
힘들게 길러온 나의 머리카락은
마치 나의 여성성을 상징하고 그것이 없어지는 순간
나의 여성성이 사라지는것처럼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좌절하며 슬퍼했던 순간이 있었지만
시간은 또 흐르고, 흘렀다.
항암을 멈추니…
머리카락이 다시 자랐다.
마치 아직 나는 살아있어라고 이야기하듯
머리카락에서도 나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항암이 끝난 지 6개월 , 7개월 정도가 지났고
아직 앞머리는 짧지만 쇼트커트정도 길이로 잘 자라고 있다. 아직 암환자티가 조금 나지만
그래도…. 곧… 내 머리카락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