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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비 Aug 10. 2023

부작용 이야기

항암 후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었었는데

잊지 않고 다시 겪지 말자는 마음과 항암 당시의 나도 누군가의 후기를 보며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

정리해 놓은 것들이다. 사람마다 겪는 반응이 다 다르지만 내가 겪었건 부작용을 정리해 보았다


AC항암(싸이클로포스파마리드+독소루비신)


1. 메스꺼움, 구토, 미각상실

항암주사를 처음맞고 집에 돌아와 병기뚜껑에 기대어 계속 토를 했고 울렁울렁 거려 내내 음식을 먹기가 어려웠다 고기냄새를 견디기 힘들었고 미각을 잃었다(아직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는 나는 미각을 태어나서 처음 잃었다;) 미각을 잃으니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사라졌고 계속 오심이 느껴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약 2주간 미각을 돌아오지 않았지만 미각이 다시 찾아온 순간 폭식이 이어졌다(매일매일 나는 먹방을 검색했고ㅠㅠ 매일매일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졌다)


2. 14일의 과학 탈모

13일째도 빠지지 않던 머리는 정확히 첫 항암제 투약 14일이 된 후부터 한 올 한 올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일주일사이에 머리가 숭덩숭덩 빠지기 시작하더니 토요일에 샤워를 하다가 오른쪽 머리가 확 빠졌고 나는 골룸이 되었다 그동안 머리숱을 자랑하며 머리 바꾸기가 취미였던 나는 어마무시한 충격에 휩싸였고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오열했다. 내가 정말 암환자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언니랑 산책하다 발견한 1인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모두 밀었다 너무 슬플 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후련했고 나는 토닥이며 정성스럽게 위로를 전하며 머리를 잘라준 처음 보는 미용실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빡빡이가 되었지만 골룸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3. 두통 및 심장조임

지금 생각해 보니 머리가 빠지려고 두통이 심했던 것 같다. 밤마다 기분 나쁜 두통에 내가 독약을 맞았구나를 실감했는데 동시에 심장도 조이고 가슴이 답답해서 힘들었다


4. 불면증

나에게 생전 없던 불면증이 찾아왔다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졌고 조금 푹 잤다고 생각하고 핸드폰 시간을 확인해 보면 30분,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아서 진심 새벽마다 깊은 화남을 느꼈다 ㅠㅠ 잠을 못 자는 건 정말 힘든 일 ㅠㅠㅠ


5. 호중구 감소 및 빈혈

항암을 처음 맞고 이 주 후에 피를 한번 뽑았는데

항암 전에 6000이었던 호중구가 600이 되어 있었다 정말 놀랐다. 이 시기에는 감염에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집에서 푹 쉬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3주 차에는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그때 만나고 싶은 지인들을 만나며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나는 AC항암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ㅠㅠ물론 그때사람들은 정말 잘 견디고 있다고 금방 낫겠다면서 칭찬해 주었지만 나는 진짜 힘들었다 ㅠㅠ 항암차수가 쌓일수록 매차수마다 없던 부작용이 생기고 임신한 사람처럼 울렁울렁거리고 토할 거 같은 느낌은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원초적으로 변해 매일 먹방을 보고 있는 나! 기대했던 음식맛이 그 맛이 아니었을 때의 좌절감이란 ㅜㅠ

또 루프인 주사(난소보호주사)로 인해 폐경이 되면 겪는다는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 하는 증상이 나타나 체온조절이 잘 되지 않았고 가족들에게 지금 정말 더운 게 맞냐며 지금은 춥냐면 계속 질문하곤 했다. 그래도 이렇게 ac 항암이 끝나서 너무 행복했다

물론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 암시키를 조금 줄여준 고마운 항암제였다.


T항암(도세탁셀)


1. 감각이상(발통증, 발목 아픔): 신경통, 관절통

심하진 않지만 조금 오래 걸으면 발에 누가 통통 치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발목이 아프기 시작한다 누 가이항암제를 맞고 기어 다니셨다는 글을 보고 진짜 긴장했는데 아직까지는 진통제를 먹고 살살 걸으면 참을 만하다(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항암선생님이 이 부작용 때문에 용량을 줄여서 맞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결국, 항암이 모두 끝나고 기어 다녔다는 이야기에 조금 공감했다. 사람마다 겪는 게 다 다른데 난 후반이 될수록 걷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다


2. 눈염증 피부염증 목 간질간질

점막이 약해져서 인지 건강할 때 거의 걸리지 않았던 눈염증이 심해져서 인공눈물을 매일같이 뿌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새벽에 피부염증이 혹처럼 올라와 엄청 당황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서 그런 건지 비염 때문인지 목이 너무 간지럽고 따끔거려

코로나를 의심하기도 했다(열없음)


3. 손톱변색

AC항암 중에는 언니가 사준 영양제를 열심히 발라서 그런 건지 피부의 변색이 거의 없었는데 도세탁셀1차하고 며칠뒤 내손톱에 하얀색 줄이 3줄 올라왔다 약이 독하긴 독한가 보다 했다 푸하하하 ㅜㅜ그리고 발톱도 무좀 걸린 사람처럼 두툼해짐을 느꼈다.


4. 여전한 불면증

새벽에 한 시간 단위로 깨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다시 보지 않고 자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불면증 약은 내성 생겨서 함부로 시작하면 안 된다고 하셔서 동의했다 몸을 피곤하게 해야겠다


5. 항암 후 3일 동안 먹는 부작용 예방약 스테로이드제랑 위장약 포함해서 아침저녁으로 17알씩 34알을 먹는 3일 동안은 안 아프고 증상도 적은데 이상하게 약을 안 먹는 3일 후가 되면 근육통이 찾아와 기력이 없어지고 앓아눕고 있는 나약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도세탁셀은 뭔가 잔잔바리로 아프고 컨디션을 회복해야 하는 3주 차에도 은근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마음도 건강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점점 약이 쌓이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울렁거리는 에이씨 항암보다 훨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암이 끝나고도 걷기 힘들거나 새벽에 일어나면 무언가를 붙들고 힘겹게 일어나고 손발 저림이 심한 말초신경병증이 꽤나 오래갔고… 항암이 끝난 후에도 그 여파는 계속되었다.


결론은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 항암 전에 나는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그냥 해보지 뭐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경험을 해서 너무 잘 알기에 다시는 절대!! 겪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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