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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씨 Apr 03. 2024

6. 타이탄의 도구들

2024. 4. 3. 수요일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 정지현 옮김/ 토네이도]


내 MBTI는 INTJ다.

한 글자 한 글자 주옥같지만, 그중에 제일은 N이다.

무언가 스치기만 해도, 내 머리는 자동으로 굴러간다.

상상과 공상은,

내 의지가 아니다.


때 이른 봄에 눈이 내리면 내 머릿속은 이미 '투모로우'다.

미처 제모가 덜 된 삼겹살 껍데기의 털을 보면 내 머릿속에는 한 마리 돼지의 생애가 지나간다.

감자에 싹이 났다? 바로 독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는 뛰어난 두뇌의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탄생한다.


그리고 나는 잘 넘어진다.

옛날 운동장 조회 때 툭하면 넘어지는 애 있지 않은가?

걔가 바로 나다.

 다리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한번은 보도블록 사이에 수줍게 나와 있는 돌부리에 걸려 해병대 소리를(악!!!) 내며 넘어졌었다.

또 강의 듣다가 갑자기 의자가 뒤로 넘어가 난데없이 뒤에 앉은 남학생이 죽일 놈 됐던 일도 있었다.

이 외에도 내겐 수많은 자빠짐의 역사가 있다.


또..

나는 뾰족 공포증이 있다.

바늘, 날카롭게 깎은 연필 끝, 이쑤시개 같은 걸 보면 아주 많이 괴로운, 말 그대로 공포증이다.

초등학교 때 연필 끝을 못 봐서 공부를 못했다.(그랬다.)

학교 가정 시간에 바느질을 못해 실습 점수가 엉망이었다.

시집와 첫제사 때 꼬지산적을 못해서 꾀병 해명하느라 진땀 꽤나 흘렸다.


그리고..

내게는 남들한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가령,

혼자 모텔에 갔다가 자살자로 오해받은 일,

등산 모임 버스 잘못 타서 다른 모임 회원들이랑 같이 소주 나눠 마시며 등산한 일,

늙은 호박 갈랐다가 튀어 오르던 구더기랑 눈 마주친 일,  

이렇듯 살면서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유독 내겐 많이 일어난다.


이렇게 나의 특이점을 읊는 이유는,

이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독특하고 별나게 살아가라>를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이다.


당신만의 독특함과 유별남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살아가세요. 당신의 독특함과 유별남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 주고, 당신을 돋보이게 해 주고, 취업과 사업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당신의 독특함과 유별남을 꼭꼭 가면 뒤에 숨겨 놓지 마십시오. 그러면 타인과 똑같은 얼굴로 살게 됩니다.


나만의 독특함은 뭘까?

내가 가진 유별남은 뭐지?

이게 타인과 구별되는 삶에 도움을 줄 것인가?

질문이 아닌 의문을 띄우며

반신반의로 내 특이점을 적어 보았다.

근데 솔직히 저걸 얻다 써먹지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여러분만의 독특함과 유별남은 무엇인가?



그것을 숨기지 말고 차별화해서 새로운 세계로 가는

관문으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조금 식상할 수도 있는

<매일 아침 잠자리 정리하기>이다.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했다는, 작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하루 일과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이 뭔가 이뤄놓은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매일 식물에 물을 주듯, 잠자리 정리로 내 자존감에 물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이탄들은 <하루의 첫 60분이 그날 하루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이 말을 듣고,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 일어나자마자 개판된 이부자리 속에서 60분 핸드폰을 하다 일어나 나머지 시간을 알차게 보내봐야겠다고 실험했던 적이 있다. 고백하자면 꽤 자주 그랬다.

그때마다 실패했다. 60분이 두 시간이 되고 세 시간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점심 즈음 일어나 대충 물에 밥 말아먹고 다시 눕는 게 일상, 그러다 보면 저녁이 찾아왔다.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스무여 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 많은 내용 중에 이거 딱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하루 첫 60분이 그날 하루를 좌우한다."


십 수 회에 걸쳐 실험해 봤기에 믿어도 좋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인상 깊은 구절들이 많다.

<수준 높은 모임에 최대한 참석하라>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늘 어떤 서사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방정식 때문에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 감정을 자극하는 리더들의 뒤를 따른다."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 보자.


<쓰고, 쓰고, 또 써라>

글쓰기를 강조한 부분들이 꽤 나온다.

"'질'보다 '양'이 선결되어야 한다. 양적 팽창은 질적 전이를 가져온다."


<타이탄들은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는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일, 원하는 삶을 찾는 방법을 알려 주는데

"떠올릴 때마다 약간 두렵고 긴장되고 떨리는 일, 그게 바로 당신이 원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생각만 해도 약간 두렵고, 긴장되고, 떨리는 일이 있는가?


내게는 있다.

생각하지 말고, 장식하려고도 말고, 의무감으로도 말고, 지금 딱 즉각적으로 드는 마음을 따라가시길,

같은, 꿈꾸는 자로서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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