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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씨 Apr 08. 2024

8. 자살에 관한 모든 것

2024. 4. 8. 월요일

[마르탱 모네스티에 지음/ 한명희 옮김/ 새움]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살을 실행하는 것은 물론 상상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더 엄밀히 말하면 자유롭게 상상하면서 글을 쓰려는 생각을, 거대한 하나의 벽이 완벽히 차단하고 있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다소 책의 내용을 기술하는 것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자살의 방법, 이유, 장소, 자살하는 사람들,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사회, 자살에 영향을 주는 요소, 범죄를 감추기 위한 자살, 그리고 동물들의 자살까지 그야말로 자살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자살에 관한 과학적, 철학적, 종교적 가설이 아니라 개개인의 단순한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가장 매혹적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그 행동'을 실질적으로 다루고, 그 안에 숨은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작가의 말'에도 밝혔듯이 작가는 정신분석가도, 사회학자나 인류학자나 철학자도, 신학자도 아닌 그저 병적인 혹은 편집증적인 호기심에 사로잡힌 저널리스트로서 여러 시대에 걸친 자살의 역사를 기술함에 있어 애초에 과학적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고 한다.

그 점을 감안하고 책을 구입하거나 대출하면 될 듯하다.





남성은 총기 같은 확실한 방법을 여성은 약이나 독을 더 선호한다던가, 민족별, 계절별로 자살하는 방법이 다르다던가, 8월에 자살이 많고 12월에는 가장 적게 일어난다던가, 낮에 일어나는 자살이 전체 자살의 5분의 4로 밤에 일어나는 자살보다 훨씬 많다던가(20세기 초 연구), 어미와 교미한 사실을 알게 된 수말이 낭떠러지로 뛰어내려 자살했다던가(동물의 자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자살자를 낸 곳이 에펠탑이라던가(379명)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는데, 그중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이 몇 가지 있었다.







1. (p.217)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일수록 덜 자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살은 순전히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이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면 세균에 감염되거나 파상풍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등의 온갖 생각을 하면서 손가락을 치료할 것이다. 불행이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은 처음에는 불행을 극복하려고 애쓰겠지만 나중에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온갖 일을 상상하여 자살하는 것이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다. 

명명할 수 있는 만큼 사고할 수 있고, 사고하는 만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 생각자체가 없으면 행동할 수 없기에 비교적 사고 수준의 폭이 넓은 사람들에게 자살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이라는 발상은 흥미로웠다.


2. (p.296) 자살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타입

1960년대 의사 세 사람(슈넬 드만, 화르부로우, 리드만)이 자살자의 특징적인 심리 타입을 연구했다.

자살자들이 남긴 편지 수천 통을 모은 다음,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건전한 상태에 있는 사람 수천 명에게 자살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편지를 써달라고 했다. 의사들은 전자 공학의 힘을 빌려 편지의 유사점, 차이점, 공통점을 찾고 어떤 사람들이 자살하려고 하는지 일종의 전형적인 심리 타입을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죽음으로 가는 길은 사람마다 다르며, 죽음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살자의 전형적인 타입은 결국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3. (p.280) 중형을 받은 사람들이 수감되어 있는 중앙 교도소보다도 가벼운 형량을 받은 사람들이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에서 자살하는 경우가 더 많다.


4. (p.297) 비관적인 인간은 불행이 닥쳐도 전혀 놀라지 않기 때문에 결코 자살하지 않고 오히려 실망한 낙관주의자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5. (p.333)"감전사 200프랑, 권총 100프랑, 독극물 100프랑, 익사 50프랑, 증기로 인한 사망은 특별소비세를 포함해 500프랑, 영세민 용으로는 교수(밧줄은 1미터 당 20프랑, 10센티미터 추가 시 5프랑)"



<자살 대리점>을 만들었던 자크 리골은 손님이 없어서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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