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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씨 May 03. 2024

19. 도둑맞은 집중력

2024년 5월 3일 금요일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p.463]


고백한다.

내 집중력의 도둑은,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불러재끼는 두 아들 녀석과 전생에 말 못 하다 죽은 귀신이 붙은 건지 나만 보면 입에 모다를 다는 남편, 그리고 공백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활자숲이다. 앞에 두 도둑은 수긍도 대응도 쉽지만, 마지막 빽빽한 활자숲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 활자들 속에 파묻힌 요즘, 글을 읽기도 쓰기도 더 쉬워져야 하건만,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리둥절하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져나가듯이 내 집중력은 속절없이 사라지고 있다. 쥐려 할수록 더 빨리 사라진다.


실상은 랬다. 조그만 두뇌 안에(두상이 아니다. 두뇌다 두뇌) 활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생각이라는 놈이 노닐 공간이 없는 것이다. 정신이 자유로이 배회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텐데 지금 내 머릿속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반 강제로 내 브런치를 구독해 협박과 공갈로 글들을 읽고 있는 내 친구(라 쓰고 남편이라 읽는다)는 경박하게 묻는다. "쓰면 쓸수록 안 좋아지는 필력도 있냐"고. 신은 내 친구에게 말은 많이 주셨는데 눈치는 안 주셨나 보다. 아무튼 나는 미천한 필력, 더 사라지기 전에 집중력을 회복해야 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이 책이다.


< 도둑맞은 집중력 >


스마트폰 사용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중력 저하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과도한 스트레스, 생활 변화, 수면 장애, 음식 섭취의 변화, 다양한 형태의 환경오염 물질, 그리고 스마트폰이 있었다.


그리고 이 원인들의 공통점은 이들 뒤에 거대한 외부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지 못하면 끊임없이 개인의 의지력에 기대다 실패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종착역에는 무기력과 비관주의가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이 과학적 증거를 알고 나서 힘을 합쳐 기업들이 납중독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법을 바꾸라고 정부에게 요구함으로써 납중독 문제를 해결했듯,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과 주의력에 대한 거대한 외부 세력의 공격과 약탈을 인지하고, 그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해야 한다.




필자는 집중력 저하의 다양한 원인 중 가장 관심 있게 봤던 '스마트폰'부분을 따로 떼어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는 한정적인 주의력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상대한다. 그 사이 우리의 주의력은 빠른 속도로 소진되어 간다. 스마트폰은 그 창구다.


< 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


사진은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있다.


이 사진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본다.

상류층은 주의력이 처한 위험을 매우 잘 인식해 자신의 한계 내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나머지 사회 구성원은 컴퓨터 속 세상에 살며 점점 더 남에게 조종되는 사회가 오는 것, 생각해 보니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많은 최상류 층들이 자신만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생각주간을 만든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같은 문제를 우려한 저자는 한 가지 실험을 결행한다.


세이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손발을 돛대에 묶고 항해했던 오디세우스처럼, 핸드폰과 노트북을 친구에게 맡기고 완전히 off상태로 프로빈스타운에서 3개월간 자신을 유폐시키는 것이다.


유배지(?)에서야 비로소 인터넷으로부터 놓여난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집중력의 정수, 몰입을 경험한다. 시간과 자아가 완전히 소멸해 목표와 내가 하나가 되는 그 느낌 말이다.


정갈하게 놓인 긴 시간과 느린 속도는 그가 세상을 고찰하고 숙고할 수 있게 만든다.


3개월간의 디지털 디톡스를 완성하고 자기 자리로 복귀한 그는 홍수같이 정보를 쏟아내고 있는 인터넷 위에 군림해 일껏 일군 몰입과 집중력의 시간을 수성할 수 있었을까?


프리덤과 케이세이프, 이 두 장치를 이용해 어디서든 프로빈스타운을 재현할 수 있었음에도,

그는 실패한다.


그 실패의 이유를 前 구글 전략가 제임스 윌리엄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일주일에 이틀씩 바깥에서 방독면을 쓰는 노력이 환경오염의 해결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의 의지력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완벽히 세팅된 환경이 문제



「설득적 기술 연구소」

과학자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그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설계하는 곳이다. B.F. 스키너의 철학에 바탕을 둔다. 먹이(강화물)를 제공함으로써 비둘기, 쥐, 돼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시킬 수 있음을 발견한 인물 말이다.


이 강의를 들은 두 수강생은 '하트'와 '좋아요'라는 즉각적인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특정행동'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백만장자가 되었다.


구글을 비롯한 거대 테크 기업들은 10억 명의 인구의 주의력을 좀먹기 위해, 좀 더 완곡하게 표현하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매주마다 더 나은(?)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그게 다다.   


그렇게 화면 너머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기술들로 인해, 사람들은 알고리즘을 타고 무한 스크롤을 넘기는데 아까운 인생을 써버린다. 그렇게 사라져 간 시간들을 좀 더 의미 있게 사용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제임스 윌리엄스는 일류 기술 설계자 수백 명 앞에서 강연을 하며 "현재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싶은 분이 얼마나 계십니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해금지 버튼만 누르면 돼요.
엄지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끌 수 있다고요.
(문제는 시스템에 있는 게 아냐.
문제는 네 안에 있어.)




디지털 중독과 집중력 파괴 근원에는 명백히 거대 테크 기업들의 기술이 존재함에도 잔혹한 낙관주의는 개인의 자제력(의지력)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우리의 주의력을 최대한 분산시킨다. 우리들로 하여금 디지털 세계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설계된 그 기술들은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집중력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과 민간이 합심해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선결하지 않고서 개인의 자제력 영역만으로 한정해서는 디지털 중독에 의한 집중력 파괴 문제는 해결이 요원할 것이다.





다음은 저자가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적용한 6가지 방법이다.


1. 지나친 전환 멈추기

멀티태스킹은 미신이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일하는 중간에 카톡확인하고 sns 알림 확인하면, 그에 들어가는 시간뿐 아니라 다시 집중력을 되찾는데 들어가는 시간, 자신이 하던 일에 대한 기억 찾는 시간이 낭비된다. 새로운 생각과 혁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당연히 방해가 된다.


2. 나의 산만함에 반응하는 방식 바꾸기

자책하기보다 몰입 상태 추구하기


3. 딴생각의 중요성 실천하기

생각이 배회하는 것을 내버려 두는 것도 집중력의 한 형태다. 딴생각은 창의력의 밑거름이다. 빈 공간에서 노닐다 보면 우리의 정신은 서로 다른 것들을 새로 연결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창의력의 불꽃이 파바박 튈 수 있다.

딴생각에는 산책이 도움 된다. 이건 내 경험과도 일치한다.


4. 1년 중 6개월은 소셜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우리는 이제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집중력을 침해하도록 설계된 방식을 안다.


5. 여덟 시간 수면 엄격히 지키기

잠잘 때 우리 정신은 그날 경험한 일에서 연결 고리와 패턴을 찾는다. 창의력이 거기서 생긴다. 그리고 잘 때 그날 배운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옮겨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영양을 빼앗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잠을 빼앗고 있는 걸까요?



6. 아이들 맘껏 놀게 두기

결과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맥락을 평가할 능력이 있고,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뇌를 만들어 내는 것을 바란다면, 놀게 해라. '놀이'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앞서 나는 나의 집중력 도둑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부족한 수면시간,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을 추가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깨어 있다면, 하루가 끝날 무렵의 반응 속도는 혈중알코올농도 0.05일 때와 같다고 한다. 여기서 세 시간 더 깨어있으면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혈중알코올농도에 상당하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나는 지금 혈중알코올농도 0.05의 상태다. 그것도 며칠 내리 말이다.

그리고 나는 <도둑맞은 집중력> 한 권을 읽는 동안 마흔 번이 넘는 전환을 했다. 블로그와 카톡 알람을 확인하고,구독해놓은 유튜브 쇼츠를 보느라.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고 변한 게 없으면 그 책은 읽지 않은 것이라고 그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입으로 언급한 집중력 저하의 원인들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제 한 가지만 남았다. 그 원인들을 고치고 실천하는 것, 이제 그것들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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